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의 가장 뜻깊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난 9월 일본에 버섯 여행을 다녀왔다. 15년 동안 뜻을 함께해 온 4인이 2021년 1300종의 버섯을 수록한 <한국야생버섯도감>을 발간하고도 코로나-19로 인해 자축모임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 말 일본으로 야생버섯 탐방 여행을 결정했다.
게다가 올해는 우리가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K-BON(한국 생물다양성 관측 네트워크)에 국내 유일 야생버섯팀인 ‘천송이’팀으로 참가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서울, 제주, 울산에서 모인 6명이 ‘일본 기노코 원정대’라 칭하고 렌터카를 빌려 3박 4일간 일본의 중부 지역 총 804㎞를 강행군으로 다녔다.
첫 번째 방문지는 나가노현의 미네노하라 고원에 위치한 기노코 펜션 (Pension Kinoko)이었다. 1976년부터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82세의 코미야마 카츠지 씨는 야생버섯 책을 10권이나 발간한 버섯전문가이기도 했다. 저녁에는 달걀버섯과 솜끈적버섯으로 직접 요리해 주었고 식사 후에는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일행과 익살스런 농담과 버섯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이튿날 오전에는 약 두 시간에 걸쳐 인근 지역의 버섯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는 일본에는 현마다 버섯모임이 있어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이렇게 버섯을 탐방하러 단체로 이 펜션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인의 극성스런 기질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주인 내외로 하여금 우리의 지극한 버섯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으며 또 10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어 오타리무라의 오타리자연학교, 북알프스의 가미코지, 그리고 수령 수백 년의 삼나무와 이끼가 어우러진 고젠지(光前寺)를 돌아보면서 산도 크고 계곡도 깊어 다양한 버섯이 발생하는 일본의 자연환경에 대한 부러움을 느꼈다. 특히 해발 1500m의 평탄한 고산지역의 자작나무와 솔송나무숲은 국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연학습장 그 자체였다. 또한 이끼가 덮인 절 경내에 여기저기 돋아난 버섯들의 장관을 보면서 일본에서는 버섯 연구자들이 버섯을 찾으러 오래된 절에 간다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우리네 농촌과 산촌 문제의 해결에 그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운 버섯 요리법도 개발하여 도시 사람을 맞이하려는 그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본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는 기회였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 필자는 노년의 인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교훈을 얻었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