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부터 나와 노인들의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노란 조끼를 입고 팔을 걷어 붙인 이섬규 (사)울산보금자리 NGO 회장은 열심히 짜장면을 나르며 이같이 말했다.
8일 오전 8시30분부터 남구 대현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은 분주했다. 노란 조끼를 입거나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은 각자의 역할 분담을 마친 뒤 임시 주방을 차렸다. 짜장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대형 장비도 등장했다. 누군가는 면을 뽑거나 삶는 데 여념이 없었고, 어떤 이들은 면 위에 소스를 붓고 서빙에 매진했다. 한켠에서는 떡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제작 중이었다.
이날은 (사)울산보금자리 NGO가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배식한 지 100회가 되는 날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들은 기념 촬영을 마친 뒤 노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잠시 후 노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세어봐도 족히 400여명은 되는 듯 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줄을 선 뒤, 입장 차례가 되면 자리로 향해 앉았다. 봉사자들은 노인들이 앉은 순서에 맞춰 짜장면을 배달했다.
짜장면을 식사하는 노인들은 “맛있다” “정이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노인은 “정말 맛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울산보금자리 NGO는 지난 2012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짜장면 대접을 비롯해 반려식물 나누기, 영정사진 찍어드리기, 환경 정화 활동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혈압 체크, 전립선·요실금 등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상담 등도 진행 중이다. 현재 단체에는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약 250여명이 가입돼있다.
이 회장은 “원래 먹고 살기 힘들거나, 주말에 식사를 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 대접을 해왔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분들의 친구들도 함께 오셔서 꽤나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짜장면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울산의 모 유명 중식당에서 소스를 직접 공수해온다”며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짜장면은 어르신들에게 ‘향수’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탓에 짜장면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기억들이 있으실거다. 짜장면은 그런 존재였다”며 “그래서인지 떡국보다 짜장면을 드릴 때 반응이 더 좋다”며 웃었다.
울산보금자리 NGO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최근 ‘2024 울산시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을 수상하는 경사를 맞이했다. 올해 해당 부문 단체상을 받은 건 (사)울산보금자리 NGO가 유일하다.
이 회장은 “아주 뜻깊다.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켜왔기 때문에 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울산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더 많은 행사를 계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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