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1전시장에서 열린 홍종호(66) 사진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사이(Between)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황리에 끝이 났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9일 찾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1전시장. 전시장에 들어서자 세로 4.3m의 거대한 작품 4개가 시선을 압도했다. 비슷한 본드 자국끼리 모아놓은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홍종호 사진작가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둘러봤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홍 작가는 40년 전 직장 때문에 울산으로 오게 됐다. 홍 작가는 태광산업 소식지에 들어가는 사진을 잘 찍기 위해 현대백화점 문화교실에서 손창열 사진작가로부터 사진을 배우는 등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홍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광고물이 떨어진 자리에 남은 본드 자국을 담은 사진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지난 10년간 울산, 서울, 울릉도 등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홍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본드 자국을 통해 인간의 문명과 자연의 시간 사이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서예 같기도 하고 상형문자 같기도 한 홍 작가의 작품은 처음에는 본드 자국임을 인지하기 어렵다. 홍 작가는 관람객들이 보다 자유롭게 작품을 보고 해석할 수 있도록 일부러 작품명을 달지 않았다.
김경의(54·울산 남구)씨는 “홍 작가의 작품을 보면 본드가 눌렸던 자국이라 날카로운게 없고 주장도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겨있다”며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던 본드 자국을 작품으로 표현한 홍 작가의 관찰력과 능력에 감탄했다. 작품이 아주 신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작가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10년 전에 처음으로 작업한 작품을 꼽았다.
그는 “10년 전에 본드 자국을 담은 작품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미술 시간에 담임 선생님한테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받은 기억이 있다”며 “초등학교 때 생각하고 그린게 아니었던 것처럼 본드 자국도 그냥 칠한거더라”고 말했다.
또 “광고판에 본드가 눌러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나타난다”며 “의도한게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본드 자국에는 더이상 광고판을 못붙이게 된 슬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울산의 사진전이 더욱 풍성해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홍 작가는 “전시를 보러 온 많은 시민들이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통해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울산의 작가들이 고정된 관념에서 탈피해 창의적인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음 개인전은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 된다. 앞으로 국내 한적한 소도시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외국도 가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