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교시 수업 마치고 쉬는 시간이었다. 복도에 나와보니 곳곳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손바닥만 한 종이를 들고 벽보를 보면서 환경 퀴즈를 풀고 있었다.
학생자치회 사업인 아나바다 나눔 장터 운영에 사용할 환경 쿠폰 모으기 활동이 시작된 모양이다. 환경 쿠폰이 있어야 아나바다 나눔 장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아나바다 나눔 장터 운영은 올해 전교어린이회 회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환경 쿠폰을 모으려면 아이들은 급식 잔반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 환경 퀴즈를 맞추면 된다. 문제에는 ‘교장선생님의 성함은?’ ‘이창호’ ‘이창수’ 등 넌센스 문제도 끼어 있었다. 3학년은 학생자치회에서 환경 문제를 만들어 주고, 4학년에서 6학년들은 각 학년 학생 자치회에서 만들었는지 문제들이 각각 달랐다.
작년에 급식소에 자율 배식대를 만들고, ‘먹을 만큼만 받자’ ‘음식을 골고루 먹자’ ‘편식하지 말자’ ‘오늘은 잔반 없는 날’ 등 숱한 슬로건 속에 급식 지도는 매일 같이 계속되었었다. 하지만, 이런 급식 지도와 요리를 해주시는 분들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잔반 처리 통에 쌓여가는 잔반은 줄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급식소 잔반통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솟아오르던 잔반 량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급식 잔반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벌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잔반 처리에 드는 비용을 줄여 자신들이 먹고 싶은 특식을 먹기 위해서다. 이렇든 저렇든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민을 함께 나눠본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4학년 아이들은 급식 잔반과 환경과의 관계를 토론하고, 그 결과 ‘이렇게 실천하면 좋겠다’는 제안 사항을 급식소 출입문에 붙여 홍보하기도 했다.
이제 이 아나바다 나눔 장터 운영은 가정으로까지 스며들고 있다. 아이들이 아나바다 나눔 장터에 사고팔 물건을 수집해서 학교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까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게 하는 학생자치회 아나바다 나눔 장터 운영은 내가 교사로서 보아온 광경 중에서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3학년 우리 반 학생들도 신났다. 체육관에서 3학년 학생들 전체가 모여 아나바다 나눔 장터를 운영했다. 가져온 물건을 못 팔까봐 노심초사하던 율이는 장터가 끝나갈 무렵 두 손을 번쩍들고 “선생님! 모두 팔았어요!”라고 쾌재를 불렀다. 자신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들고와 친구들과 서로 사고 파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성취감도 느끼는 듯 했다. 청솔 학생자치회 사업 덕분에 청솔 교육활동이 더욱 빛나고 있는 순간이었다.
한 해 동안 청솔 어린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와 행사를 추진한 학생 자치회 어린이들이 대견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곁에서 1년을 함께 해온 학생자치회 담당 선생님께도 ‘엄지 척’ 박수를 보내드린다.
안현정 청솔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