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순환 저하 등 겨울철 증상 악화
심평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치질로 치료받은 환자는 약 62만명에 이르렀다. 이 중 40대와 50대 환자가 각각 21.2%, 2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20대와 30대 환자도 각각 11.7%, 17.9%를 기록하며 적지 않은 비율을 보였다,
항문질환인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등을 포함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질은 치핵에 해당하며, 이는 항문의 혈관 확장 및 주위 점막하 조직의 지지력 약화로 인해 혈관과 점막 조직이 항문의 바깥으로 돌출된 것을 말한다.
치질 환자 중 70~80%가 치핵에 해당하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증상이 심해진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항문 주변의 혈관이 부풀고 염증이 생기기 쉬운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주송 울산병원 병원장은 “추운 날씨는 신체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만든다”며 “항문 주변 혈류가 감소하면서 혈관 내 압력이 증가해 치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운동 부족 △변비 악화 △면역력 저하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치핵은 성인 전체 중 절반 이상이 살면서 한 번 이상 겪는 대표적인 항문질환이다.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 외에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 잘못된 배변 습관, 과로, 스트레스, 임신과 출산 등이다.
항문질환의 발병 부위 특성 상 치핵이 생기면 이를 부끄러워 참게 되고,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치핵은 초기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조직의 탈출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1~2도는 약물치료 등 비수술 보존적 치료로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3~4도는 증상이 심한 상태에 해당한다.
항문 근육의 힘으로 조직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거나 혹은 손을 사용해도 조직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생활습관 개선…온수 좌욕 도움
치핵은 나이가 들수록 항문 근육의 힘이 줄어들게 되면서 증상이 점차 심해질 수 있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다. 어느정도 진행이 되고 있다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핵을 포함한 항문질환은 가급적 치료, 수술 시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치질이나 재발성 항문질환이 있다면 초기라도 전문의의 진료를 보고 증상에 맞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치질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적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에는 크게 △약물 치료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이주송 병원장은 “초기 치질은 좌약, 연고 경구약을 통해 염증과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며 “비수술적 치료로는 고무 밴드 결찰술과 경화 요법 등 비침습적 방법이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치핵 절제술이나 레이저 치료 등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PPH 수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치질 치료를 위해 증상이 발생한 주위의 넓은 부위를 절제했다. 이 방법은 수술 후 통증을 유발하고 재발 가능성도 배제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원형자동문합기 PPH 수술은 이와 달리 늘어진 치핵을 정상적인 위치까지 밀어 넣은 뒤, 원인이 되는 조직을 절제하면서 바로 봉합을 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술 진행 부위 자체를 대폭 줄였으며, 신경이 없는 항문관 내부에서 절제와 봉합을 동시에 진행이 되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항문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쉽게 낫기 힘들거나 재발이 되기 쉬워 빠른 진단과 개개인의 증상에 맞는 알맞은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통증, 출혈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초기에 내원해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항문 건강을 유지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치질은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배변활동이 원활해지도록 식습관을 개선하고 좌욕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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