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접한 것 같다. 단 아홉 편의 에세이로 독자의 사상과 가치관, 삶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양서라 말하고 싶다. 띠지에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했던 시기를 살아간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작고 평범한 희망에 관하여’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토마스 만을 매혹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공개 에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책.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빈 출생으로 양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그는 어두운 역사와 자신의 경험에서 의미심장한 소재를 발굴함으로 시대를 초월한 진정성 있는 글들을 많이 남겼다. 특별히 그는 방대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많은 전기를 발표한 작가이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다산초당)에서 슈테판 츠바이크는 ‘안톤’이라는 젊은이를 통해 ‘걱정 없이 사는 기술’을 명확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안톤’은 자신을 위해 철저히 반자본주의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하는데,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함으로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또 ‘나에게 돈이란’에서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돈에 실패하지만 그럴수록 삶의 오랜 가치인 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둘 줄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작가는 조각가 ‘로댕’을 통해서 집중, 열정, 몰입, 완벽이라는 마법에 대해 일러주기도 한다. 작가는 나치 치하에 있던 인간에게 유일한 무기였던 언어의 힘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우리 함께, 각자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작품과 삶으로’ 이 어두운 시절의 의무를 완수하자고 거대한 침묵보다 무겁게 부르짖는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몸과 숨을 분리할 수 없듯이 영혼과 자유를 분리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위해, 먼저 어둠의 시간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이 우리에게 닥쳐야 했습니다’라는 문장은 오늘날, 지금, 세계와 우리나라를 향한 예언인 듯하여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다.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