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유행을 따라 지은 건축물들이 혈세 낭비 사례로 전락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크게는 수백억원에서 작게는 수백만원짜리 사업을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진행했다가 이용객 저조로 방치하는 패턴이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앱, 다리, 자전거 주차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태화강역에 설치된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주차타워)이 혈세 낭비 사례로 새롭게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태화강역 자전거 주차타워는 지상 4층 높이의 기계식이다. 자전거 168대를 세울 수 있는 원통형 독립 건물로, 기계식 자동차 주차타워처럼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자전거를 올리고 내린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태화강역사를 새로 조성하며 해체했던 자전거 주차타워를, 지난 2022년 3억여원을 들여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뒤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여태 방치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협약에 따라 관리·운영을 남구에 넘기려 했지만, 현장 조사 과정에서 시험 운전 5번 중 4번이 오작동하자 남구가 인수를 거부했다. 이후 두 기관이 의견 조율,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주차타워는 사용 불가 상태로 방치됐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자 태화강역 이용객들의 뇌리에서도 존재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울산시가 명촌공영차고지 준공과 더불어 버스 회차지 이전으로 태화강역 내 교통시설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자전거 주차장과 더불어 철거하고 해당 부지를 화장실, 편의점, 관광안내소, 휴게실 등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X울산역에 설치된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7억원을 들여 100대가 넘는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조성했지만, 이용객 저조로 운영이 중단됐다. 자전거 주차장 건립 당시 녹색 이동수단으로 떠오르던 자전거 열풍에 휩쓸려 제대로 된 수요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국가철도공단은 혈세 낭비 사례로 남기지 않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다. 당초 올해 초 자전거 주차타워 철거에 관한 소문이 돌았지만, 담당자 변경 이후 타워 설비 수리 및 다른 용도로의 사용 방안 검토로 노선을 변경했다.
국가철도공단은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께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담당자 변경 및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려 국감에서 지적당하지 않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철거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의 이용 중단과 폐쇄는 전국적 현상이다. 저조한 이용률 등으로 대구역은 지난 2016년, 서대전역은 2018년 운영이 중단됐다.
우리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라 실시한 사업들 대부분이 안 좋게 끝난다는 것을 전례를 통해 배워왔다. 이제는 면밀한 사전 검토를 통해 혈세 낭비 사례 대신 우수 사례를 늘려가야 할 때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