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기신부전 환자 급증…암 발생 위험↑
급속한 고령화와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지난 10년간 말기신부전 환자는 배 이상 늘었고, 최근 5년간 해마다 약 1만80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환자 수는 13만7705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말기신부전의 원인 질환으로는 당뇨 45.9%, 고혈압 22.3%, 신염 10.5% 순으로 나타나 당뇨가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으로 꼽히고 있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약물 요법과 식이 조절만으로는 생명 유지가 어려워, 혈액투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수적이다. 이때 원활한 혈액투석을 위해서는 자가혈관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투석혈관(동정맥루)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혈액투석 시 많은 양의 혈액을 빼낸 뒤 인공 신장기로 노폐물을 걸러 몸속으로 다시 넣어줘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 몸의 혈관만으로는 혈액 이동과 투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삼정병원 신장내과 정은영 전문의는 “투석 전 말기신부전 환자의 암 발생률은 정상인과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서는 암 발생률이 1.4배 증가하고 사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나 신장암은 정상인에 비해 4~5배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체요법을 받는 환자에서 암 발생 위험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투석 환자에서 암 검진에 대한 표준 권고안은 없다. 이는 투석 환자에서는 정상인과 달리 암 검진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고 조기 발견 시 생존률 향상이 분명하지 않으며 말기신부전으로 인해 암 치료를 적용하는데 있어 제한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정 전문의는 “신장암의 경우 정상인에서는 발생 빈도가 낮아 조기 검진이 추천되지는 않지만 말기신부전 환자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발생률이 현저히 높으며 검진으로 조기 발견 시 치료에 예후가 좋아 적극적인 검진이 요구된다”며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소화기계통(대장암·간암·위암·췌담도암) 암으로 이에 대한 암 검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석환자에서 신장암의 진단 및 치료
신장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신장암은 2021년 우리나라 전체 발생 암 중 2.5%로 10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세포암이 92.4%로 가장 많았다. 남성에서 1.5~2배 높게 발생하고 4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기 시작해 50~60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신장암 발생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발생 위험 인자로 흡연, 비만, 고혈압 등이 있으며 이 중 흡연이 가장 중요한 환경적 위험인자로 흡연자에서 1.5~2배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신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긴 어렵다. 신장은 복막의 뒤쪽에 분리되어 있어 암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신장암의 대표적 증상으로 불리는 옆구리 부위의 통증,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배에서 혹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의 증상은 암의 크기가 매우 커진 진행성 신장암 환자에게서만 관찰되는 증상이다. 그 때문에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신장암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신장암 검사에서 가장 좋은 검사는 복부 CT다. 투석 환자라도 평소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며 투석을 시작했다면 3년 이내에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촬영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좋은삼정병원 비뇨의학과 김정호 전문의는 “말기신부전 환자는 대부분 심혈관질환, 내분비질환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을 시행할 때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심장 및 폐 기능에 대한 세밀한 평가가 필요하고 또 수술 전 빈혈, 전해질 이상, 혈액 응고 장애, 혈압 이상에 대한 교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수액 과다 투여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을 계획할 때 수술을 진행하는 과와 신장내과, 심장내과, 마취과 사이에 긴밀한 협진 진료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의는 “신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을 하면 신장암 발병위험이 2배 늘어난다”며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상 체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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