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여 0~5세 모든 영유아가 이용 기관에 관계없이 질 높은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및 보육 체계 정책이다. 즉 교육 형평성을 통해 영유아 교육의 상향평준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이야기인데, 유보통합은 30여 년간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풀어내지 못한 난제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 취득 통합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과연 유보통합이 교육 형평성을 통한 영유아 교육 상향평준화라는 목적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정책인지, 나아가 영유아 교육의 형평성과 상향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현장의 실무자로서 제언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유보통합은 도리어 영유아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개념적인 관점에서 기회의 평등과 같은 ‘형평성’과 질적 수준 향상과 같은 ‘상향평준화’는 양립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무적인 관점에서 이는 더더욱 이끌어 내기 희박한데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유보통합이 되면 기존 유치원에서는 교육의 영역에 더해 ‘돌봄’이라는 보육의 영역을 얹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교사 확충이나 그에 따른 예산증대 등 교육과 보육 모두를 잘 구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선제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입장문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용 부담 또는 비용 관련 타 기관 이전 등에 관한 정확한 절차나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고스란히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 실무자의 업무 부담으로 가중되고 두 기관의 서비스 만족도는 당연히 떨어진다.
또한 이해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격통합 이슈는 11월 교육부 보도 자료에서도 여전히 ‘여러 정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유아 교육의 형평성과 상향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는 먼저 ‘형평성’의 방향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여 ‘영유아학교’ 라고 이름 짓고 전국의 모든 부모들에게 이제는 모두 똑같은 영유아학교에 가면 된다는 식의 ‘형평성’ 보장은 정작 서비스 수요자인 부모들의 진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거나 사립유치원이나 국공립유치원을 가건 어느 기관에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쾌적하고 좋은 환경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균등한 환경과 보장의 핵심은 결국 적절한 예산 정책과 균등한 배분이다. 서비스 수요자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행정적 형평성을 계속 추구할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건 서비스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역할은 예산 책정과 배분의 적합성과 공정성을 저울질하고 현재 가용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모아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전의 ‘국공립유치원 증설’과 같은 정책은 확연한 저출산 기조에서 확실한 예산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정부는 영유아교육이라는 ‘경기’에 계속 플레이어를 자처하며 혼란만 야기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심판’ 역할에 충실해달라는 의미이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맡고 영유아 교육 일선의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영유아 교육 상향평준화는 어느 순간 눈 앞에 있는 현실이 될 것이다.
김정희 금비유치원 원장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