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버스 노선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변화하며 대중교통 체계의 핵심 역할을 한다. 도심 외곽에 새로운 거점이 형성되고 도심 재개발이 이뤄지면, 이에 맞춰 시내버스 노선도 변화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울산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기존 경로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지역을 경유하는 국지적인 조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노선의 굴곡도는 심화되고 노선 길이가 늘어나 배차 간격까지 길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자가용 중심의 이동 패턴이 고착화돼 울산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특·광역시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은 그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초기 혼란 우려, 지역민의 반발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노선 전면 개편을 미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극복할 여건이 마련됐다. 공동 배차제에서 개별 노선제로의 전환을 통해 특정 시간대 버스 몰림 현상이 완화됐으며, 동해선 개통으로 철도와 버스를 연결하는 환승 체계 기반이 확충됐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민 이동 패턴 분석과 도심 중심부 명촌 차고지 조성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개편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노선 전면 개편은 27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변화로, 기존 183개의 노선이 180개로 조정된다. 유지되는 노선은 83개에 불과하며, 25개 노선은 통합되고 75개 노선의 경로가 변경된다. 이를 통해 평균 배차 간격이 3분 단축되고, 하루 운행 횟수가 400회 이상 증가해 약 77대의 버스를 추가 투입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단순히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복 노선을 줄이고 굴곡도가 높은 노선을 단순화하는 방향은 우리나라 주요 대도시들의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더해 철도와 버스 간의 환승 체계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직행좌석 노선과 순환 노선, 생활관광 밀착형 노선을 신규 도입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다만 개편 초기에는 시민들의 혼란과 불만이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 민원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해 변화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또 전국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버스 대수 증대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개편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번 전면 개편은 오랜 기간 미뤄왔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울산의 대중교통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단순히 현재의 불합리함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효율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중교통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편이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성공적인 대중교통 개선 사례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신강원 경성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