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이후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여실히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여러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경제 분야에서의 일례로 수출 기업 피해가 눈에 띄는데,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일 전 수출 중소기업 500여 업체를 조사한 결과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으로 피해를 본 곳이 26.3%라고 발표했다. 또한 안 그래도 저평가된 한국 증시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폭 심화되는 형국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기업 주가가 같은 수준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이어져오던 것이다. 이번 사태로 증시 저평가의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위상과 가치가 흔들리고 강제로 할인 당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디스카운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올 연말은 예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결과적으로 이후 진행될 수습절차가 얼마나 순조롭고 신속하게 마무리될 것인가에 달려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한편, 젊어지고 부드러워진 집회문화에서 또 다른 희망의 씨앗들을 발견해 볼 수 있다. 이것들은 위정자들의 정치가 아닌 우리 국민의 문화나 사회 등 영역에서 탄생하는 것들이다.
촛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이돌 LED 응원봉은 K팝의 산물이지만 정치 이슈에 힘을 실어준다. 마치 축제 같은 질서정연함과 평화로움은 집회의 품격과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을 표출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한마디로 ‘K집회’다. K팝 팬덤은 여러 팬덤을 동시에 가입할 수 있는 면이 있으나 그래도 공연장에서는 팬들이 분리되고 응원봉도 분리되는데, K집회에서는 형형색색의 여러 응원봉들이 서로 섞여서 혼연일체를 이루었다는 점을 주시할 만하다. 물론 의견이 같은 사람들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통합의 장이라 하겠고 이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그리고 ‘먹거리 선결제’가 시선을 끌었다. 집회장 근처의 식당, 카페에 미리 결제해 집회 참가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이다. 많은 일반인들이 기부의 한 방식으로 참가하였다. 예전 민주화 운동 때 시위대를 지원하던 많은 식당 사장님들이 떠오른다. 뉴진스 멤버들이 여의도 집회에 ‘먹거리 선결제’를 한 것이 또한 화제가 되었다. 그들의 팬덤과 K팝 팬들을 위한 선물로 아무 응원봉이라도 있으면 먹거리를 수령할 수 있게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선결제에 참여했다. 물론 문제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배달 주문 시스템 때문에 선결제 주문이 한없이 밀리는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의 특정 상품 불매운동도 있었다.
또한 ‘그냥 고양이 자랑하려고 깃발 만든 사람’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회’ 등 깃발에 적힌 재미있는 가상 단체명은 K깃발이 된다. 현 상황 대처에 자신감을 표출하는 젊은이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집회 노래로 사용되어 이른바 ‘2024년 신 민중가요’로 등극했다. 젊어진 민중가요에, 원로 K팝의 정계 진출이다.
일각에서는 민주주의가 퇴보했다고 하고 실망의 분위기도 만연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활기참은 우리에게 충분하고 든든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령 정치의 퇴보가 있더라도 문화의 힘이 주저앉은 정치를 일으켜 세워 경제까지도 리드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IMF 시대 대한민국의 부채를 갚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 코로나 극복의 상징 K-94 마스크를 보더라도 그리고 전쟁의 폐허를 극복한 나라로서 지금의 혼란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미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 국격의 디스카운트는 시작되었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비록 디스카운트라도 이유 있는 디스카운트, 미래가 있는 디스카운트라면 결코 ‘땡처리’가 아니다. 앞으로의 극복과정은 모두 성장통이고 다 계획이 있는 든든한 ‘세일 페스타’가 되어야 한다. K집회에서 나타난 희망의 본보기와 앞으로 뒤따르게 될 세련된 위기 극복과정을 세계적인 표준으로 내세울 수 있어야 하고 기필코 그리될 것으로 믿는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