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민국 여러 지역에서 보건소장 임용이 지연되면서 지역 보건의료 체계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현행법상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를 가진 자로 임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임용이 여의치 않아 올해 7월부터 그 자격이 확대되었다. 이후로 한의사와 간호사 출신 보건소장이 임용되기도 햇으나, 아직도 보건소장 임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예방의학과 보건에 대한 지식 뿐만이 아니라,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십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방 예방의학 전문의 제도를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소장은 주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다양한 공공보건사업을 기획·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감염병 관리, 만성질환 예방, 지역사회 건강조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야 한다. 특히 감염병 대응과 같은 긴급상황에서는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지나갔으나, 코로나19 불씨가 완전이 꺼지지는 않은 1단계 위기단계 ‘관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원숭이두창이나 오로푸치 바이러스 등 또다른 감염병도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향을 파악하고 상황에 대비할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예방의학 전문의를 임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방의학은 상대적으로 선택하는 의사가 적고, 개원의로 활동할 유인이 적어 공공부문으로의 유입이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보건소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거나 타 직종 공무원이 임시로 직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한의사 전문의 과정은 침구과, 내과, 부인과 등 8개 과목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예방의학 관련 과목은 없다. 한의학도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주요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예방의학 한의사 제도를 도입하면 지역 보건소장 후보 풀을 넓힐 수 있다.
예방의학 한의사 과정은 전염병 관리, 역학조사, 지역사회 보건사업 등 공중보건 전반을 다루는 전문 교육과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의사들이 보건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의사를 의사 인력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의사와 한의사의 역할을 굳이 구분하기보다는 의료인력 부족사태 해결을 위해 합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 보건소장 임용 지연 문제는 지역 보건의료 체계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다. 한방 예방의학 전문의 제도 도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보건의료와 예방의학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한의사가 보건소장으로 취임한다면 초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보건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