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2013년 이후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작년에는 0.72명으로 이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영국 BBC조차 올해 초 한국의 인구소멸 문제를 조명할 만큼, 우리는 인구소멸이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2020년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진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을 겪은 이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구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해 왔다.
올해는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인구·기후 위기 대응’을 선정하고, 출산·육아와 관련한 지원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비용, 사교육비 부담, 일자리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어 인구감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2022년에 발간한 미래안전이슈(Future Safety Issue)에 따르면 지방소멸지역의 고령화, 생활 SOC 감소 및 노후화, 생활환경 악화를 전망한 바 있다.
인구 감소지역에서는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 재난 시 정보전달 및 대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자율방재단 등 지역 안전 커뮤니티조차 고령화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구감소는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 소방, 경찰 인력 축소를 야기해 초동대응 및 응급구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로 인해 병원, 주유소 등 생활밀착 시설들이 수익성 악화로 지역에서 사라지며, 지방세수의 감소는 도로, 지방하천 등 공공시설의 관리부실로 이어져 대형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낙후된 지역이 슬럼화되면 범죄와 재난 발생 시 화재,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최근 부산 서구에서 오래된 빈집이 무너진 사례는 인구소멸로 인한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소멸은 지역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인구 유출을 초래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를 분석해 보면, 인구 감소 지역이 인구 비감소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재난이 더해지면, 재난에 취약한 임산부, 어린이, 고령자 등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구소멸 위기 속에서 재난관리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기본적으로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지역의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고령자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민간 거버넌스 협력 강화, 고령층의 재난정보 이해를 위한 전달체계 구축 등은 고령화 대비 정책이 될 수 있으며, 이동식 경찰지구대 및 소방대 운용은 인구가 감소한 지역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위해 주기적으로 순회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드론 등 과학기술의 활용은 재난 상황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구조와 대피를 지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구 감소지역의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생활필수시설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압축도시 개념 도입과 지역사회 기반시설 관리 강화는 안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이란 말에는 안전에 대한 신뢰와 안심이 깔려 있다.
안전한 생활환경은 미래 세대가 밝고 희망찬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이며, 재난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우리 사회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가는 안전한 사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오금호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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