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건물 외벽 로프작업 추락사고 막을 수 없나
상태바
[경상시론]건물 외벽 로프작업 추락사고 막을 수 없나
  • 경상일보
  • 승인 2025.01.02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지난해 10월12일 울산 중구 성안동 소재 아파트 재도장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 로프작업(달비계 작업)을 하던 60대 작업자가 2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로부터 약 한달 후인 11월21일에도 울산 남구 달동 소재 아파트 재도장공사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 로프작업을 하던 60대 작업자가 높이 6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최근 12월4일에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 로프작업 중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추락사고는 기존 아파트 외벽 재도장공사(공사금액 5억 내외)에서의 사고였으나,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는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대규모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 사고는 계단실 창호 외부 실리콘 코킹작업을 상하 동시 작업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부 달비계 작업자가 떨어뜨린 실리콘 건에 맞으며 작업대로부터 이탈해 추락했다. 작업용로프와는 별도의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만 체결했어도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건물 외부 로프작업 시에는 작업용 로프와는 별도로 구명줄을 설치하여야 하며, 그 구명줄에 작업자 추락시 방호할 수 있는 추락방지대(코브라)를 걸고 작업해야 한다. 이 간단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다.

달비계 로프작업은 수십m의 고소에서 로프 줄에 매달려 작업하는 특성 상 추락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작업이다. 지난 2023년 달비계 로프작업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3건 발생하였으며, 2024년에도 12월 현재까지 10건이 발생했다.

달비계 로프작업은 달비계에 올라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로프작업자는 달비계에 올라타기 전 반드시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를 건 상태이어야 한다. 이 때 추락방지대는 작업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로프를 타는 작업자 대부분은 경력이 수십년으로서 추락사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최근 울산과 포항에서 발생한 달비계 사망사고 3건 모두 경력이 60대 후반(67세, 69세)의 40년 이상된 숙련공이었다.

현장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로프 작업자들은 관리감독자들이 추락방지대 미체결을 지적 및 체결을 지시해도 따르지 않거나 눈 앞에서만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달비계 로프작업 추락사고 23건을 분석해보면 1)달비계 로프 파단으로 인한 추락 1건 2)달비계 로프 풀림으로 인한 추락 3건 3)달비계 탑승 중 안전대 미체결로 인한 추락 19건으로 달비계 작업 추락사고의 83%가 안전대 미체결로 인한 사고다. 달비계 추락사고 23건 모두(로프풀림 등 포함) 작업용로프와는 별도의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만 체결했더라도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안전보건규칙 제63조에는 작업용 로프와는 별도로 안전대를 걸 수 있는 구명줄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업용로프와 구명줄은 각각 별도의 장소(구조물)에 결속해야 하며, 로프 결속은 각각 2개소 이상의 고정점에 결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로프 1개소의 결속방법에 문제가 있더라도 결속지점 2개소 중 1개소에서 로프가 풀리더라도 나머지 로프가 작업자 추락을 막아 줄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로프 작업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반드시 구명줄에 안전대를 걸고 있는 상태이어야 한다.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를 거는 시점이 중요하다. 달비계 작업대(젠다이)에 탑승하기 전에 코브라를 건 상태에서 올라타야 한다.

현장책임자는 모든 로프작업자에 대해 작업허가제를 시행해야 한다.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를 걸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후 작업을 허가해야 한다. 이 안전조치만 이루어지면 달비계 추락사고는 100% 예방가능하다. 작업용로프가 파단이 되거나 풀리더라도 구명줄에 추락방지대를 걸었는지만 확인하면 끝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다. 현장책임자들이 관리감독을 하는데에도 한계가 있다 24시간 지켜보고 있을수는 없는 일이다. 작업자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습관대로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안전작업 순서를 지켜야 한다. 작업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이제는 작업자가 먼저 나서 사전 안전조치를 요구해야 하는 시대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