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는 이익, 가치, 재미가 있다. 재미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가치는 사람을 보람되게 하며, 이익은 그 일을 지속하게 한다.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이 셋이 함께이거나 최소한 한 가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이익에 편중되어서 위태롭다. 언젠가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잘 나가던 명문대 출신 법관이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우동 장사를 하겠다고 법관을 그만두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선택은 높이 평가받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의 선택에 관해서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은 그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비판하거나 심지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지난 1년을 끌어온 의료 사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익에 편중되어 가치를 도외시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의대 모집 인원수만큼 그해 수능성적 상위권 학생의 95% 이상이 몰리는 현상이 얼마나 희극적인가. 좋은 의사가 꼭 수능 공부 잘하는 사람은 아닐 것인데, 결국은 의사라는 직업이 지닌 사회적 위치와 수익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인문학자, 과학기술자, 정치가, 행정가, 서비스업 종사자, 자영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는 인간관계의 총체로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독자적이면서도 매우 밀접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상호의존하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은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으며,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그 사회는 발전하고 사회 구성원들은 행복하다. 그런데 조화는 개별 구성원들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능하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해치고 사회 구성원들을 행복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2025년의 우리 사회가 이익만이 아닌 가치와 재미도 함께 추구하는, 그래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조화롭게 발전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