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산업도시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재정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시가 좀 더 창의적이고 다각적인 재정 전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울산은 자동차와 중공업 등 글로벌 기업을 품고 있는 도시다. 시는 이런 지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건립 재정 확보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민간 투자 유치에 앞서, 시는 투자자들에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부터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기업에게 공연장의 명명권(네이밍 라이츠)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는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해 기부금 유치를 추진하거나, 기업이 특정 섹션을 후원하도록 하는 방식도 효과적일 것이다.
공연장은 단순히 예술 공연을 위한 시설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대형 콘서트, 국제 콘퍼런스, 기업 이벤트, 웨딩 촬영 등 다양한 용도로 공간을 임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공연장 주변에 레스토랑, 카페, 상업시설을 유치해 부가적인 임대 수익을 얻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수익 모델을 명확히 설계하고,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협력도 필수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을 목표로 한다면,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한 재정 확보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앞서 시는 국제 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를 설계에 참여시킴으로써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외 문화재단이나 글로벌 투자 펀드와 협력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공연장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관심을 끌어 투자 유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이 단순한 문화 시설을 넘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시민들에게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연장은 관광객 유치, 숙박업과 요식업 활성화, 지역 내 고용 창출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공연장 건립이 도시 전체의 미래에 기여할 것임을 알림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
울산의 세계적 공연장 건립은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경제와 문화를 융합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지역 기업, 민간 투자자, 정부, 그리고 시민들과 협력해 다각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마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