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온 국민이 수렁에 빠진 질곡의 한 해였다. 경제는 경제대로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고, 정치는 정치대로 파탄났다. 이 와중에 지난달 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온 나라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했다. 더구나 지난달 29일에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해 179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국민들은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다.
이 가운데 울산의 사랑의 온도탑은 8일 전국 최저인 66℃를 기록했다. 울산과 도시 규모가 비슷한 광주, 대전은 각각 86.5℃, 79℃를 기록했다. 울산시와 사랑의 열매 측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악재에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별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목표 달성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막판에 기부자가 몰려 간신히 목표를 달성한 바 있다.
온도탑 모금액이 감소한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과 경기침체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긴축에 나선 데다 정국 혼란까지 이어지면서 기부 심리가 더 위축된 것이다. 실제 울산지역 기업들은 벌써부터 투자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은 거둬 들이고 있다. 정국 불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경기침체가 어디까지 깊어질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물가상승 등이 지속되면서 급여생활자와 소상공인들은 어느해 보다 혹독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기업들은 “현재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사회공헌 예산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랑의 온도탑 성금은 우리지역 소외 계층의 긴급생계나 의료, 가정 환경개선사업, 월동난방 등에 전액 지원된다. 모금액이 줄어들면 이들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은 문제가 없지만 소외계층들은 한파가 찾아오면 숨을 곳이 없다.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렵지만 십시일반으로 소외이웃을 위한 온정나눔을 할 때는 바로 이 때다.
하지만 아직 경기침체로 기부액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많다고 한다. 기부의 가치는 사회적 환경이 어려울 때 더 빛난다. 올해 울산 사랑의 온도탑의 슬로건은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세상을 가치 있게!’이다. 기부는 결론적으로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사회가 어려울 때야말로 나의 가치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