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치매 자가진단 테스트’ 목록을 접했다. 여러 항목 중 몇 개 이상에 해당하면 전문가를 만나라고 했다.
△본인이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물건이나 사람 이름을 대기 힘들다 △길을 잃거나 헤맨 적 있다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잘 다루던 기구 사용이 서투르다 △예전만큼 방 정리를 안한다 등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곰곰이 거듭 읽을수록 내 이야기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의 ‘젊은 치매’ 환자가 8만명에 이르고, 이는 전체 치매 환자의 9%를 차지한다는 TV 건강 프로그램이 불안감을 더 부추겼다. 당장 불편하지는 않아도 혹시나 하면서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우리 중구는 울산 지역 5개 구·군 중 고령화율과 치매 발병률이 가장 높다. 반면에 치매등록률은 가장 낮다.
지역보건의료계획 지표에 따르면, 중구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지난 2020년 8.43%, 2021년 8.37%, 2022년 8.42%였다. 중구의 노인 인구수는 지난 2020년 3만1784명, 2021년 3만3924명, 2022년 3만6012명, 2023년 3만9013명으로 증가 추세다. 고령화율은 18.8%로 5개 구·군 중 1위다. 그에 비해 중구 치매환자등록률(2022년 12월 기준)은 44.9%였다.
같은 시기 동구 74%, 북구 61.2%, 남구 51.1%, 울주군 55.0%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추정 치매 환자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데이터를 가지고 지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행정 감사에서 중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홍보 강화, 치매 검진 확대, 치매 환자 등록률 제고를 주문했다.
며칠 뒤 보건소는 새로 취합한 최신 자료(2024년 10월 기준)를 기반으로 지역 실정을 감안한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구의 노인 인구 비율은 그새 20.0%로 늘어나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인구수는 4만1524명으로 늘어났고, 추정 치매 환자 수도 3257명, 치매 환자 유병률도 8.52%로 높아졌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2021년 1219명, 2022년 1329명, 2023년 1480명에 불과하던 치매 등록 환자 수가 올해 들어 1705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그에 따라 치매환자등록율은 50.5%가 됐다. 동구 78.3%, 북구 64.2%에는 못 미치지만 절반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세를 이어가면 실질적인 정책 수립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중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 자료에만 의존해 불안감을 키우는 구민들의 방문을 좀 더 유도해야 한다.
지난 2022년 중앙치매센터의 지침을 통해 치매검사에 대한 연령 제한이 폐지됐지만 아직 주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
검사 대상자는 중구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은 기본이고 중구민 누구나 가능하다. 사전 예약을 거쳐 친절한 상담자와 마주하면 약 30분 정도의 대면검사를 받는다.
본인이 치매로부터 안전한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일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검사는 선별, 진단, 감별 과정 등 3단계다. 대부분은 나이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증상에 불과해 선별 단계에서 끝난다. 아주 간혹 전문의와 진행하는 진단 단계로 이어진다. 이후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면서 추이를 살피게 된다. 감별 단계에서는 증상의 심화 정도에 따라 뇌영상 촬영이 진행된다. 소득 및 연령 조건에 부합하면 검사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치매에 나이는 없다. 고령자뿐 아니라 이미 전 세대의 문제로 인식된다.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까지 안타깝게 만들기 때문이다. 젊은 치매 데이터를 모으고 대책을 세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러면 치매상담의 첫 번째 창구인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초고령도시의 모든 구민이 치매로부터 고통받지 않도록 ‘누구나 살고 싶은’ 중구가 선제적인 첫 발을 떼어야 한다.
홍영진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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