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상당수 지자체가 아직도 고향사랑기부제 기금 사업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독려와 달리 기부금의 용처가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자칫 향후 기부금 모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는 지난 2023년 1월 시작돼 올해로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울산 각 지자체로 기부된 2년치 모금액은 울주군이 약 7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남구가 약 5억7000만원, 시 4억1000만원, 동구 3억7000만원, 중·북구가 각각 2억1000만원 상당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을 사용하는 지자체는 남구와 동구 두 곳뿐이다.
남구는 지난해부터 기금 사업으로 ‘신혼부부 무료 백일해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유례없는 백일해 유행으로 사업이 큰 호응을 얻었고, 1년 동안 총 1967건 접종에 기금 8100만원을 사용했다. 남구는 올해도 예방접종 사업을 이어가며, 아동 복지 관련 신규 사업도 진행을 위한 내부 협의도 하고 있다.
동구는 기금을 활용해 공유주택을 임대하고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하만주 오피스텔’과 협약해 신청을 받아 32가구가 입주했다. 보증금·월세 지원과 전반적 운영 예산으로 기금 약 1억6900만원을 사용했다. 동구는 오는 2026년까지 57가구를 목표로 입주자를 해마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나머지 지자체는 기금 사업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2년 연속 울산 모금액 1위를 달성한 군은 지난해에만 4억5100만원의 기금이 모였지만 모두 곳간에 잠들어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고향사랑기부금의 특성상 해마다 조성 금액이 유동적이고, 사업 범위도 한정돼 있는 만큼 마땅한 사업 발굴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와 북구는 기금 활용을 위해 지난해 전국민 대상 ‘고향사랑기금사업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접수된 사업 대부분이 이미 진행 중이거나 실현이 어려워 채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전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다 보니 전국 지자체에서 중복된 공모 내용이 계속 접수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관계자는 “기금 사업 범위가 취약계층 지원, 복리 증진 등으로 한정돼 있고 장기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매년 기금 규모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단발성 사업을 진행하기에도 한해 기부금이 1억~3억원대로 적어 조금 더 적립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고향사랑기부 독려와 실적 달성에 나서는 반면, 정작 기부금은 용처 없이 쌓이고만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목적 없는 기부’는 장기적으로 기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기금 사업 확정으로 ‘의미있는 기부’를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울주군은 올해 전 국민 대상 기금 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한 뒤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상반기 중 기금 사업 재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