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이공계 인재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결과 이공계 경쟁률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공계 대학교수들도 수도권 등지로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나고 있다. 의대 선호 현상에다 교원 처우개선 등으로 우수 이공 인재가 빠져나가고 있다.
이공계 인재는 울산의 3대(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이차전지 수소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자원들이다. 이공계 인재의 울산 엑소더스를 저지해야 한다.
울산대의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결과 에너지화학공학부의 경쟁률은 2.81대 1로, 전년도 7대 1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전기전자·화학·기계(전화기) 계열 대신 아산아너스칼리지(자유전공 융합대학) 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정원이 40명 늘어난 울산대 의예과의 경우 지난해(3.40대 1)보다 높은 3.7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정시 모집 인원은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전국 과기원의 정시 지원자 감소율(-30%) 보다는 약간 낮지만, 예년보다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지원자가 전년보다 29.9%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울산과학기술원의 교수 인력의 유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와 부교수·조교수 등 교원 68명이 이탈했다. 4대 과기원 가운데 교수 인력 유출 1위다. 이에 따라 연구 과제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울산의 이공계 우수인력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지역의 고급인재 수요 감소와 미래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게 불보 듯 뻔하다. 미래 명운이 걸린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지역간 노동시장과 경제적 격차 확대는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치를 왜곡시키고, 지역간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으려면 지방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첨단산업을 육성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울산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체계 혁신, 연구 환경 개선, 창업 지원 강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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