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을 딛고 선 한쪽 다리의 허벅지에 다른 발을 가져다 댄다. 두 손은 가슴 앞에서 합장한 후 천천히 머리 위로 뻗어 올린다. 가지를 펼친 나무처럼 고요하고 강인하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뿔싸! 잠깐의 딴생각이 균형을 흩어놓았다.
요가 아사나의 하나인 나무 자세를 할 때마다 겨울나무를 떠올린다. 장식을 걷어내고 형태와 질감만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자세라니. 저 모양새를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과 시간이 몸을 흔들어댔을 것이며 병충해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나무의 균형이 뿌리에서 비롯하듯 몸의 균형 또한 단단한 발끝에서 시작된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 서로 닮았다. 나무는 하늘로 뻗은 가지의 폭만큼 땅속에서도 자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시련의 계절을 넘기기 위해 많은 것을 덜어낸 겨울나무가 보여주는 단순한 아름다움이다. 나무 자세 역시 몸과 마음의 깊이를 찾아가는 수련이다.

새벽의 요가원은 조용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먼저 도착해 차가운 공기를 데우며 하나둘 몸을 푸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매트를 펼친다. 고요한 움직임 속에서 긴장을 풀고 근육을 늘이며 자연스레 생각 비우기를 배운다. 오롯이 몸에 집중하고 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그렇게 내면의 언어는 평소 생각하지 못하던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곤 한다. 물론 일상의 일이 끼어드는 순간 균형이 깨지며 아사나도 흐트러지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서 본다. 발끝으로 대지를 잡고 두 손을 하늘로 뻗는다. 흔들리는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중심을 찾아가는 길이다. 발이 단단하게 고정되었다면 다음은 마음이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수백 년에 걸쳐 자세를 완성하듯, 나도 언젠가는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균형을 갖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 아니면 어떤가. 수련은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니까.
나무 자세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삶의 비유다. 세찬 바람을 품으며 겨울나무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고요한 기다림 속에서 나도, 우리도 성장하는 중이다.
송시내 나무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