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후 필자는 지난 달 경상시론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비상계엄 관한 법률적 이슈에 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법률적인 다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와 수사기관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발부 및 그 집행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이 3회의 출석요구 통지에도 불구하고 출석을 거부하자, 지난달 30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그리고 공수처는 1차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도과하자, 2차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체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에 관여한 측근들이 줄줄이 내란죄 혐의로 이미 구속이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의 범죄 혐의도 소명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체포영장의 경우, 증거인멸 혹은 도주의 우려와 관계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만으로 발부되고 있는 일반적인 원칙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발부에 무슨 법률적인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내란죄의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해 받은 체포영장이고, 관할권이 없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이기 때문에 체포영장은 애초에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15일 2차 체포영장의 집행에 따라서 공수처로 출석하였지만, 여전히 공수처의 수사권을 부인했고,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5일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제기한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에서, 체포영장이 적법하지 않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고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리고 또 대통령 측은 법원의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대통령의 헌법수호를 위한 권한 행사와 비상긴급권 행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제기했는데, 그 사건의 경우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런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관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법률적 논쟁은 더 이상 다툴 건더기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국민의힘은 체포영장 발부 직후부터 “국가의 수반인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통해 구금을 시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직 대통령과 좀 더 의견을 조율하고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체포영장의 발부를 적법성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성(적정성)의 문제로 접근해 평가하는 것이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았던 경호처장도 공무집행방해죄의 수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면서,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는 수사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역시 체포영장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논쟁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도 아마 적법성보다는 이 적절성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적절성(적정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적절성의 문제는 감성적인 평가이고, 정서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 쪽이 다른 쪽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는 논리도 없다. 결국 적절성의 문제는 당장은 현재 권한을 가진 사람의 판단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사후에는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의 다수결에 의하여 평가될 것이다. 다만, 나와 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적절성의 문제를 가지고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