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찾은 천곡동 9271 일원. 대단지 아파트를 지나 천곡초등학교를 둘러 고지대로 올라가면 덩그러니 위치한 한 동짜리 한진훼미리아파트가 나온다.
이곳은 주민이 아무도 살지 않아 입구는 철조망으로 봉쇄돼 있고 일부 유리창은 깨져 을씨년스럽다. 출입문 앞으로는 건축폐기물이 버려져 있고, 인근 부속 건물 등에는 형형색색의 락카로 욕설, 여성의 신체 부위를 표현한 그림 등이 그려져 슬럼화 됐다.
이 아파트는 1997년 준공돼 15층, 122가구 규모의 28년된 아파트다. 심하게 노후화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8년 시작된 천곡지구 도시재개발 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철거가 결정됐다. 2019~2020년 보상을 완료한 주민들이 모두 이주해 지금은 비어 있는 건물이어서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개발 사업과 관련한 모든 행정적인 절차는 완료됐지만,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건축 경기 불황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4일 오전 3시7분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아파트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에 불이 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에 의해 불은 30여 분만인 3시42분께 꺼졌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4명이 폐가 체험을 SNS로 생방송하던 중 라이터로 종이와 커튼류를 태우다가 불이 번졌다.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아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인근 산이 있어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도주한 이들을 체포해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조사 중이다.
도시개발 조합측은 올해 안으로 공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의 불황이 깊어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방화 사건이 재발하거나 인근 학생들의 일탈 장소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조합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천곡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공사비 717억4300만원 등 총 1350억원이 투입돼 총 36만2936.2㎡ 부지에 공동주택 2077가구, 단독주택 573가구, 준주거 33가구 등 총 2683가구, 6300여 명 거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