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 구속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4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지 나흘 만이다.
법조계와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19일 오전 2시50분께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지난달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었는데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정치활동까지 금지하는 불법적인 계엄 포고령을 발령하고,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것이 혐의 요지다.
특히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국무위원들에 대한 잇따른 탄핵 등 사실상 국가비상사태였기에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고,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최소한의 병력만 국회에 투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내란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김 전 장관 등 10명이 모두 구속기소된 점도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법원은 공수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에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로 미결수용자 신분이 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이고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20일간 구속 가능한데 체포해 구금되면 체포한 날부터 기간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날짜만 계산하면 윤 대통령이 15일 체포된 지 20일이 되는 날은 2월3일이지만, 실제 구속 만기일은 이보다 늦은 2월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변호인단을 통한 옥중 입장문에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은 오늘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전후해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난동 사태 등에 대해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19일 서울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며 “지난 이틀간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심사가 열린 18일부터 영장이 발부된 19일까지 총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18개 경찰서로 나눠 조사 중이다.
18일엔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침입한 혐의, 공수처 차량을 공격한 혐의 등으로 40명이 연행됐다.
19일엔 영장 발부 직후 경찰 저지선을 뚫거나 담장을 넘어 법원에 침입, 각종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혐의로 46명이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여야 정치권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와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 반면, 민주당 등 거대 야당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구치소 수용 후 김건희 여사의 면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