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한때 지역 유행을 선도하던 성남동 거리 곳곳에도 상가 임대 표지가 붙은 곳이 수두룩 하다. 골목상권은 더 심각하다. 보세거리 등 특화 상품거리는 문을 연 가게보다 임대가 붙은 가게가 더 많다.
‘불패상권’으로 불린 삼산동 역시 마찬가지다. 8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대로변 골목에도 임대가 붙었다. 이 건물은 신종코로나 등 수많은 위기 속에도 공실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다. 평소라면 연말이나 연초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을 먹자골목도 한적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영업자들은 가게 공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하기 벅찬 임대료를 감당하거나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새벽까지 일터로 향한다. 재료비는 날이 갈수록 오르기만 하고 최근 고환율, 국가 정세 불안정으로 3연타를 맞았다.
울산 지역 폐업자 수는 어느덧 1만8000명대를 돌파했다.
기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저성장 시대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울산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 금액의 규모는 46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간 2%대를 유지하고 있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4%대로 오른 뒤 지난해 4.4%에 이어 올해 4.5%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만 찾을 수 있는 가게에 생긴 긴 웨이팅 줄이 종종 목격되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웨이팅이 있는 가게를 살펴본 결과 ‘유명 셰프의 수제자가 만든 가게’ ‘여기서만 제공하는 증정품이 있는 경우’ 등 해당 브랜드만의 특징이 뚜렷한 가게가 대부분이다.
이는 최근 대두된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경험 중심적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불황 시대에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딜 가서든 구할 수 있는 물건, 서비스가 아닌 그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확실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소비력이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진행했던 감자빵 팝업은 해당 브랜드의 팝업 행사 매출 중 최고를 기록했다. 또한 시민들의 전체적인 연령대도 타 시도에 비해 젊어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등의 수요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 유통가는 여전히 신중하기만 하다. 과감한 투자로 부산·대구 등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 이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지역의 높은 소비력을 끌어올 유인책이 필요하다.
창업을 꿈꾸고 있는 예비 자영업자들도 잠든 것 같은 거리에도 타 지역에서까지 넘어와 찾는 가게가 있다는 것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소비자들에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가치 창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은정 정치경제부 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