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민족의 대명절 설이 다른 해에 비해 일주일가량 빨리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벌써 은근한 설렘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설 명절을 앞두고 아침 일찍 지역 전통시장으로 나섰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추운 날씨에도 복작복작 활기가 느껴졌다.
한 바퀴 쓱 돌아보니 싱싱한 농산물부터 손맛 가득한 먹거리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물건을 사니 소복한 덤에다 정겨운 새해 덕담까지 얹어준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바로 이런 사람 사는 냄새가 아닐까.
지금 같은 설 대목이 아니더라도 시장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고물가와 유통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 밀려나면서 이제는 예전 같은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중구는 울산의 구도심으로 대형 생산공장이나 제조업체는 없지만 울산에서 가장 많은 22개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가 있다.
전통시장이 위기라고는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전통시장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달라져야 한다. 일단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낡고 불편한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래된 화장실과 간판 등을 새로 단장하고 비가림시설과 고객 쉼터 등 각종 편의시설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족한 주차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과제다.
여기에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이제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친절함은 기본, 한 발짝 더 나아가 고객들의 관심사와 달라진 소비 성향 등을 분석하고 새로운 판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온라인 판매나 가정 배송 시스템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상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 다양한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각 시장의 개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비슷비슷한 모습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해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각 시장만의 독특한 주제, 캐릭터 등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설 개선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및 상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경제의 순환을 돕고 주민들을 정서적·문화적으로 연결하는 공간이다.
전통시장에서는 싱싱하고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따뜻하고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속에서도 때로는 가까운 전통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한 가지 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준비 비용을 분석해 봤더니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13%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 전통시장에서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전통시장을 ‘지역경제의 뿌리’에 빗대고는 한다. 식물은 뿌리가 깊고 튼튼해야 바람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가지도 무성하다.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지역 전통시장이 오래도록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삶과 함께하길 바라본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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