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태화강은 태화교 아래에서 피라미를 낚을 만큼 맑고 깨끗했다. 그러나 급격한 공업화로 강은 오염됐고, 물고기들도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 덕에 태화강은 도심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나, 작년에는 유네스코 생태수문학 시범구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년 만에 태화강은 회복됐지만, 지구 곳곳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계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축제와 공연은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지만, 이를 위해 이동하는 교통수단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등으로 상당량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또한, 공연을 위해 제작되는 무대와 의상 등은 대부분 짧은 공연 후 보관되거나 폐기된다. 이제 문화예술계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태계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울주문화재단은 올해부터 기후 예술 프로젝트 ‘울주Green지구’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 문제를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접근해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문화적 실천 방안을 모색하며,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은 창작을 넘어, 지구와 인간의 삶, 그리고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실천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활동이 기후변화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를 외면하고, 주민들의 문화적 향유와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한다면, 지역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강원도 화천은 2020년부터 문화공간 예술텃밭을 중심으로 예술가, 기획자, 기록자들이 기후변화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해왔다. 그중 숲의 위기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 ‘움직이는 숲’은 관객들이 나무를 살리는 미션을 수행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예술적으로 전달했다. 또한, 전주문화재단은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전시와 공연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 방안을 마련하며, 자원 순환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울주문화재단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인보리 최대의 에코문화장터’라는 유머러스한 타이틀로 지역 농산물을 근거리에서 판매하고, 주민들이 만든 환경 관련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in보리너부문화장터’를 열어 지속 가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상북면의 울주동네축제 ‘모두다 숲’에서는 사용된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상품 제작과 ‘내가 씻어 쓰는 다회용기’ 등을 통해 친환경 축제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제 울주는 더 큰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먼 미래에도 울주가 ‘Green’지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울주의 예술가, 문화활동가, 생활문화 동호인, 시민들과 함께 기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문화적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