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남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할 때가 수없이 많다. 특히, 손님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가게의 주인과 직원은 더더욱 그렇다.
며칠 전 일이다.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으려고 어느 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를 맞이하는 직원의 얼굴이 무척 어둡고 불친절했다. 우리가 식당에 온 것을 싫어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그 직원이 나가고 난 뒤 주인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주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직원이 평소도 좀 그렇지만 얼마 전에 남편과 사별해서 더 그랬을 것이라고 양해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는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식당을 나온 적이 있었다.
손님을 상대로 살아가야 하는 주인이나 직원은 속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말해야 한다. 그러니 가게를 잘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손님도 업체의 주인이나 직원에게 결코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손님과 주인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고객은 자신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가게를 찾았을 것이고, 가게는 이익을 남기려고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과 손님은 상호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 대등적 관계다. 따라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체 주인이나 직원은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친절하게 인사말을 하면서 맞이해야 한다. 그것은 경영의 기본적 예의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지나치게 무엇을 강요하거나 권유하는 말도 손님을 불편하게 하고 부담을 주기 때문에 주인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시, 손님이 실수를 했을 경우에도 어지간하면 좋게 말하면서 편하게 넘어가주는 것이 좋다. 순간을 참지 못하고 손님에게 화를 낸다거나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남들의 작은 친절과 사랑과 용서의 말 한 마디에도 크게 감동을 받곤 한다.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일 때 그 손님은 감동을 받게 되고 다음에 또 다시 그 가게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해서 손님 앞이나 뒤에서 화를 내거나 불평하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손님을 영영 잃고 만다.
칭찬의 힘은 어디에서도 통하니 주인이나 손님 모두 서로 칭찬하는 말은 많이 할수록 좋다.
경기가 좋지 않아 가게를 운영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주인이나 손님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도와가면서 이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
새해에도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