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사회가 ‘백기사’로 힘을 보탠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가까스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의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지 4개월 만이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이는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조, 울산시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의 결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19명 이하 제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사 수 19인 상한 안건이 통과되면서 최대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7명으로 확정됐다. 이에 신임 이사를 영풍·MBK 측 인사로 모두 채워도 고려아연 최 회장 측 11명에 못 미쳐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연구개발 투자 축소에 이은 외국자본 매각 등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기에 더욱더 그 의미가 크다. 경영권 수성에는 최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라는 승부수에 국내 기업 우호지분, 국민연금 등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울산 지역사회도 고려아연 지킴이 역할을 다했다. 울산시와 지역 사회는 MBK연합의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에 대해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로 규정하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직접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상공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향토기업 지키기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가 울산시의 논평대로 울산 사람이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낸 셈이다.
이번 고려아연 사례는 지역사회와 기업이 함께 협력하면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선례가 됐다. 앞서 울산 지역사회는 2003년 SK그룹이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 시도로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되자 ‘SK주식 1주 갖기 운동’을 전개해 SK 경영권을 지켜낸바 있다.
지역 사회와 향토기업은 운명공동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지역사회가 나서서 돕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 발전하는 관계다. 앞으로도 울산 지역 사회와 기업이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역 경제 발전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해 울산이 최고의 기업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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