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조선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연간 2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미국 해군 MRO 시장을 선점해 향후 지속적인 성장과 실적 확대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3일 울산시는 지역 조선업계가 미국 MRO 사업을 원활하게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MRO 사업은 함정의 정비, 수리·개조, 재생 정비 등을 포함하며 언제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과 같은 상선뿐 아니라 함정 관련 사업에서도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울산에 본사를 둔 HD현대중공업은 다양한 특수선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미 해군 MRO 사업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해군에 수출하는 함정 4척의 건조를 시작했다. 사업 규모는 약 6406억원으로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 초계함 2척, 호위함 6척 등 총 18척의 해외 함정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미국 MRO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소의 도크 부족으로 인해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이지스함(정조대왕함)과 호위함(충남함)을 인도하며 도크 일정이 일부 조정됨에 따라, 올해는 적극적인 사업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 해군의 MRO 사업 발주량이 약 10척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해군이 보유한 수륙양륙함 32척 중 절반이 훈련 및 작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추가 발주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의 발주 일정과 수익성 분석을 진행하며, 최적의 사업 진입 시점을 조율 중이다. 회사는 올해 특수선사업부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15억6700만달러로 설정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수립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이 요구하는 핵심 사항을 충족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해 올해는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월간업무회의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협조 요청에 따라 국내 조선업 호황이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 손에 잡힌 게 없어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경우, 울산 HD현대중공업에 초청해 K-방산의 경쟁력을 직접 소개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외교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시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지역 산업계가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울산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