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취임한 D.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무자비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미국의 세계대상 관세폭격이 시작됐다. 을사년 2월3일 한국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이 3주만에 1470원을 재돌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국가에 대한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며,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직후 달러 가치는 폭등했고,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절하됐다. 주식시장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가히 슈퍼파워 미국의 전성시대다. 세계인들은 미국의 현실적 위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고 2월4일 시작되는 관세 평지풍파가 4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한국은 민·관, 여야가 합심 대처해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엉뚱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해 그 후폭풍으로 나라가 난장판이 된 상황이라 더욱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역사는 힘센 강자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고, 모든 일에는 늘 양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전쟁이 미국에게 항상 유리한 결과만을 가져올 지는 끝까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북미 3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우방으로서 공존해 왔다. 수입물품 관세도 사실상 제로 퍼센트에 가까웠다. 미국의 최대 적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 평균관세율 약 13%에 추가 10%를 부과했다. 그런데 이러한 관세부과 근거로 미국 무역적자보다 불법이민과 마약유통을 관련시켜 멕시코와 캐나다를 공격한 것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중국보다 더 적국(?) 취급을 받게 된 두 나라는 격앙했다. 캐나다는 즉각 미국산 물품에 대해 보복관세 25% 적용에 나섰으며 멕시코도 유사한 보복관세 시행에 들어갈 듯하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국가들의 맞대응으로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며, 우방국인 유럽연합과 한국도 이를 비껴가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전자, 미군 주둔비용 등이 미국의 주타깃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은 관세부과로 금전적 부를 일부 축적할 수는 있겠으나, 서방세계 경제를 보복의 악순환에 빠뜨리고 지도국으로서 권위는 상실될 것이다.
이번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파는 거둬들인 관세로 미국이 더욱 부유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관세폭탄이 미국내 수입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트럼프의 관세부과의 근거인 ‘마약 펜타닐 유입’ 폐해문제는 멕시코 정부가 범죄조직과 결탁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자국내 불법마약 판매근절을 위한 실질조치를 취하지 않아서”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조직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배경은 미국산 총기”라고 반박했다. 또한 미국 철강노조는 정유산업분야 철강노조원들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관세부과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원유에 관세(10%)를 부과하면 자동차용 연료값이 곧바로 오르고,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늘어나면서 정유산업 종사 노조원들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CBS는 “많은 기업들이 수입품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관련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목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캐나다의 소프트우드 목재 수입이 줄어들면, 물량 부족으로 인한 건설 현장에 공급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어느 쪽의 이야기가 맞을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우리는 정치인들의 탁상 논리보다는 시장논리가 늘 이긴다는 교훈을 기억하고 있다. 만일 우방국을 상대로 지루하고 소모적인 관세전쟁이 계속된다면, 트럼프는 상처뿐인 관세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어 2기 정책추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매달렸던 가치외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