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늦은 강추위 속 아침을 여는 울산 사람들, “아무리 추워도 사명감으로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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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늦은 강추위 속 아침을 여는 울산 사람들, “아무리 추워도 사명감으로 버텨”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2.0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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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울산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최강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과 시가지 곳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로 중무장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탄핵 정국, 글로벌 무역전쟁, 끝모를 불황, 혹한의 날씨 속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무겁기 그지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터에서 희망을 안고 아침을 여는 시민들이 많다. 누군가는 새벽 길거리 청소로, 또 새벽 첫차로, 학생들 안전지킴이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4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는 ‘입춘 한파’가 본격화됐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살을 에는 추위에 저마다 목도리와 귀마개,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가운데, 우리 주위 숨은 조력자들은 갑작스러운 강추위에도 묵묵히 아침을 열었다.

이른 새벽 누구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해 간밤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환경 공무직들은 시민들의 상쾌한 아침을 위해 길거리 청소로 얼굴가득 땀방울이 맺힌다.

이날 오전 6시께 남구 옥동에서 만난 환경 공무직 김대영(33)씨는 “올해로 8년차인데, 항상 해오던 일이다 보니 익숙하다. 신규 직원일 경우 힘들 수 있지만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버티며 일하게 된다”며 “솔직히 이런 추운 날에는 연차를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러나 내가 아니면 누가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버틴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발인 버스 기사들도 새벽부터 차고지에 도착해 스트레칭과 함께 엔진 오일 등 차량 점검에 나섰다.

비슷한 시간 북구 평창리비에르 일원에서 출발한 북구 07번 버스 이용환(64) 승무원은 “입동 같은 입춘에 모두가 고생이다”며 “어제도 너무 추워 승객들이 난리였는데, 내일은 더 춥다고 해 걱정이다. 차량이 내연기관이다 보니 예열을 10분 이상 할 수 없어, 새벽에 타는 승객들은 추위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객들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며 “60대 중반에 어디 가서 일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각 초등학교 앞에는 방학 중이더라도 돌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해 어린이 교통안전 지도원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교통지도 봉사활동에 나선다. 이날 오전 8시께 남외초등학교 일원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양삼슥(78)씨는 “아직 방학이 안 끝났지만, 오전 9시부터 자율 학습(돌봄)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며 “입춘인데 생각보다 너무 춥다. 집에서 나름 대비를 하고 나왔지만, 소용이 없어 몸이 얼지 않도록 계속 움직이며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8분 기준 울산 기온이 -6.7℃를 기록했다.

특히 강풍주의보가 발령되며 체감 온도는 -14.4℃에 달해 지난 주말 대비 최저 기온이 10℃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기상청은 당분간 추위와 강풍이 지속되며, 8~10일 아침 기온은 평년 대비 낮고 매우 춥다고 예보했다.

예상 기온 분포는 5일 -8~1℃, 6일은 -8~3℃에 가끔 구름 많고,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5일과 6일 낮 최고기온이 5℃ 이하로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 매우 춥겠다”며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등 급격한 기온 변화와 낮은 기온으로 인한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난방기 사용으로 인한 화재, 수도계량기 동파 등 한파로 인한 문제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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