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romance)’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연애’ 또는 ‘연애소설’이라는 의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철자를 자세히 보면, ‘로마(Roma)’ 혹은 ‘로마 사람(Roman)’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로맨스’와 ‘로마’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언어의 계통을 살펴보면, 영어는 독일어, 네덜란드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등과 함께 게르만어파에 속한다. 반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유럽의 인접 국가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은 이탈리아어파로 분류되며, 이를 ‘로망스어(Romance languages)’라고 부른다.
이들 로망스어의 기원은 라틴어(Latin)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틴어는 기원전 700년경부터 사용된 언어로,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Latium) 지방에서 시작되었다. 이 지역에서 태동한 로마 문명과 라틴어는 로마제국의 확장과 함께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에서는 기존 현지 언어와 라틴어가 함께 사용되었으며, 점차 라틴어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 일상적으로 사용된 라틴어를 ‘Romanicus’, 즉 ‘로마인의 언어’라고 불렀다. 이후 후기 라틴어에서 ‘Romanice’로 변형되었으며, 영어에서는 ‘Romance’라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로망스어란 ‘로마 사람들이 사용했던 언어에서 파생된 언어’를 의미할 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애’의 의미는 없다.
그렇다면 ‘로맨스(romance)’가 ‘연애’의 뜻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 중세 문학에서 라틴어에서 발전한 현지 언어(예를 들어 프랑스어)로 쓰인 소설을 ‘romance’라고 불렀다. 이들 문학 작품은 주로 기사(knight)의 모험과 사랑을 다루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romance’는 연애 이야기를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결국, ‘로맨스(romance)’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로마인의 언어’라는 의미였지만, 중세 문학을 거치면서 ‘연애 이야기’라는 새로운 뜻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맨스’라는 단어는 로마의 언어와 문화의 뿌리를 담고 있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