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임금체불 발생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산업도시 울산 지역의 체불임금도 많이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 현장 등을 비롯해 제조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줄줄이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내수 경기가 침체일로에 빠진 데 이어 주력 산업의 수출까지 정체돼 울산의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이다.
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임금체불 발생액은 2조448억원으로 치솟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28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임금체불의 고통을 겪었다. 다만 체불임금 청산율은 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고용 당국의 당근과 채찍, 기업의 자구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울산 지역에는 지난해 근로자 6134명이 총 439억 원의 임금체불 피해를 신고했다. 전년보다 체불 피해 근로자 수는 줄었지만, 체불 신고액은 더 증가했다. 시와 고용 당국의 상습 체불 사업주 제재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이 오히려 증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가 더 걱정이다.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 정국 불안 등으로 수출 주도형 울산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혹한기를 겪는 건설업계를 비롯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임금 체불은 근로자들의 생활 유지를 어렵게 해 가계 경제를 위협에 빠뜨리게 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등 관련법에 따라 일벌백계해야 한다.
다만 상당수 임금 체불은 경기 침체기 일시적인 자금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사업주와 근로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곧 가정 경제 붕괴와 고용시장 혼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울산시와 고용 당국은 지역 기업들의 임금 지급 상황을 모니터링해 체불 발생 예방과 청산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공공 예산 조기 집행 등 경기 부양 노력도 다해야 한다.
울산은 대기업과 많은 협력업체들이 함께 성장해 온 대표적인 기업 도시다. 기업이 살아야 울산이 살고 근로자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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