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수가 없다” 관광객이 부담인 옹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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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수가 없다” 관광객이 부담인 옹기마을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5.02.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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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이 지난 2019년 매입한 이후 방치중인 ‘영남요업’ 건물 내부 모습.
“대문으로 불쑥 들어와서 화장실 찾는 건 예삿일이고 장독대 열어 장을 다 찍어 먹기도 하고…”

최근 찾은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만난 송모(64)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토로했다. 60년 가량 옹기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다던 송씨는 “옹기세계엑스포가 열린 2010년부터 젊은 사람들의 유출이 대거 심해졌다. 소음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다 떠나가고 지역에 오래 살던 남은 주민들 끼리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를 따라 마을 오르막 샛길로 향하자 낮은 층에 있던 한 주택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마당에서 널고 있는 빨랫감부터 평상, 놓인 각종 생활용품까지 바깥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주민 서종현(59)씨는 “여기 마을은 개발제한구역이라 건물을 새로 짓기도 어렵다. 노년층이 대부분이어서 주거지가 많이 낡았는데 관광객들이 와서 ‘이런 데서도 사람이 사나?’ ‘집이 아니라 창고 같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부끄럽고 민망해서 마당 평상에 나와 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거주 공간과 관광지가 어우러진 ‘옹기마을’ 주민들이 ‘오버투어리즘(관광객이 몰려 지역 주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해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옹기마을은 실제 고산리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끼고 마을 전체가 전통문화 체험마을로 조성됐다. 마을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다 보니 편의시설도 빈약하고 주거지 대부분은 노후화가 심하다. 현재 옹기마을에는 110가구 가량 거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 각종 옹기마을 활성화 정책 진행으로 옹기박물관, 옹기·발효아카데미관이 조성되고 옹기축제도 마을 한가운데서 매년 열리면서 관광객들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송장현 외고산리 이장은 “주민들이 살고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제대로 된 안내표지도 없어 거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며 “각집마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화장실 좀 쓰겠다는 사람도 허다한데 외고산 주민들 이미지가 나빠질까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참고 있다”며 “옹기마을을 조성한 것은 좋지만 마을을 둘러보고 볼 것도 없다며 5분 만에 가는 사람들도 많아 군 차원 마을 리모델링이나 옹기마을답게 다시 정비 진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와중 울주군이 지난 2019년 24억원을 들여 매입한 옛 ‘영남요업’ 건물 10개 동도 방치가 계속되며 미관저하는 물론 지역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옹기마을 입구에 위치한 영남요업을 포함한 10개 동은 현재 곳곳이 페인트가 벗겨진 폐건물 상태로 방치 중이다. 내부에 들어가자 옹기공장 당시 사용됐던 장비들이 녹슬고 먼지가 앉은 채 놓여있다.

군은 건물 매입 당시 2025년까지 옹기마을 거점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했으나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울주군 관계자는 “2021년께 실시설계 용역을 시행 후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사업 진행이 일부 늦어졌다”며 “올해 상반기 중 영남요업 건물을 철거하고 2027년까지 마을공동창작소, 식당, 편의시설 등을 갖춘 거점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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