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울산지역의 도심 거리를 살펴본 결과, 횡단보도 주변, 교차로뿐만 아니라 교통량이 많은 지역 위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즐겁고 행복한 설날 되세요’라는 문구의 설맞이 정당·정치현수막들이 다양한 높이로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시의원, 구의원, 구청장 이름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의 이름으로 설맞이 현수막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맞이 현수막뿐만 아니라 탄핵 정국 속 거대 양당의 공격성 현수막도 걸려 있다. 게다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듯 ‘XX이 미쳤어 계속 살이 빠져~’, 아파트 광고 등의 불법 현수막도 설치돼 있다.
양모(52)씨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현수막만 내걸린다. 기쁜 맘에 고향 내려왔다가 기분만 상하게 생겼다”며 “보기 안 좋을 뿐만 아니라 현수막 사이로 뛰어다니는 애들이 걸려 넘어질 수 있어 신경이 쓰인다. 세금 들여 게시대를 만들었으면 게시대만 이용해야지, 정치인이라고 예외를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정당의 이름을 내건 정당현수막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 의원의 이름으로 설치한 정치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이에 행정 당국은 설날 직후부터 대로변에 내걸린 각종 현수막을 모두 수거했다. 6일부터는 소방도로 등 소로와 골목에 내걸린 현수막을 철거 중이다.
지자체가 위탁해 처리하는 용역업체에서는 설 이후 불법 현수막이 평소 대비 10~15% 가량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 현수막이 깨진 유리창 역할 하며 불법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현수막은 얼굴 표시 등의 이유로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이같이 예외가 계속된다면 지난 2023년 조례 제정 이후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정치 현수막 지정 게시대가 점차 쓸모가 없어지다 결국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곳에 설치한 명절 인사 현수막은 불법”이라며 “정치 현수막 전용 게시대 이용 조례안이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행안부의 승소로 무효화 된 이후 각 정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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