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난지붕(急難之朋).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로 위기 상황에서 진정으로 도움을 주며 함께 고난을 나누는 친구를 뜻하며, 의리가 깊고 어려울 때일수록 빛나는 관계를 나타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다. 최근 긴 분쟁 끝에 경영권 지키기에 성공한 고려아연과 관련 사태를 보며 ‘우리 지역 향토기업 지키기’에 두 팔 걷어 준 지역사회, 시민을 두고 떠오른 말이다.
고려아연은 아연, 연, 은, 인듐 등 4가지 금속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들 금속은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 철강, 전자 기업들에 공급되는 필수재이다. 고려아연과 (주)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지역사회와 기업 모두에게 해가 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근로자들에게는 고용불안과 조직 분위기의 불안정성에 따른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되고 있으며, 국가 핵심 기간 사업인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 전반에는 관련 산업의 미래 경쟁력 약화와 향토기업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23일 고려아연의 미래를 결정지을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시작된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M&A 시도는 최근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통과되면서 현 경영진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지역사회와 시민의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울산시와 지역사회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공개매수 행위에 대해 헤지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로 규정하고 적대적 M&A로부터 향토기업을 지켜내기 위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울산시장과 시민들의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임시주주총회의 결과는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조, 울산시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로 울산 시민이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부터 울산시는 산업수도라는 명명에 걸맞게 기업이 위험에 처하면 지역사회와 힘을 합쳐 기업을 지켜내고 도와주는 역할에 앞장서 왔다.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의 SK(주)에 대한 경영권 인수 시도로 기업이 적대적 M&A의 위험에 노출되자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전개해 SK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일조하였으며,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대하여도 이러한 캠페인과 계도, 도움의 손길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지역사회와 향토기업은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한 친구 같은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관계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돕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신규 투자 등으로 지역사회의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지역을 발전시키고 산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허비한 시간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 고려아연은 위험 요인이 감소한 만큼 현 경영진의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추진에 박차를 가해 급격하게 변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울산 지역사회와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역 경제 발전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울산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한다. 적대적 M&A로 인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준 울산 시민이 진정한 친구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려아연 또한 ‘급난지붕’이 되어준 시민의 뜻과 지지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전승국 울산연구원 울산공공투자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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