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스핀트로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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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스핀트로닉스
  • 경상일보
  • 승인 2025.02.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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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2025년 1월 30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국내연구진 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에 의해 발표된 논문이 과학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극저온에서만 관측되던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이 상온에서 발견되어 게재되었다. 이는 기존 전자소자의 응용을 넘어 양자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고효율 양자소자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전자(electron)는 전기적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 성질인 스핀(전자의 자발적인 양자 각운동량)을 동시에 갖고 있다. 도체(전기를 통하게 하는 금속, 예를 들면 금, 은 구리 등)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인 전류는 전하가 이동해 발생하는 ‘전하전류’와 스핀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스핀전류’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들은 전하전류로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전하전류를 통상 전류(current)라 부른다. 그런데 전류가 물질내부로 흘러갈 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충돌로 열이 발생(Joule heat)하고, 이로 인해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고 소자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전하전류를 대신하여 스핀전류를 이용해 전자 소자를 만드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연구를 하고 있다. 스핀트로닉스란 스핀(spi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로 스핀에 기초한 자기 전자공학이다. 즉, 전하와 더불어 전자의 스핀 특성(파울리 배타 원리에 의한 전자의 스핀 업(up,↑, +)과 스핀 다운(down,↓, -))을 정보 저장과 처리 및 통신에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연구 기술 분야이다.

스핀트로닉스는 새로운 장치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데이터 저장 및 처리 기능을 개선하며, 스핀 기반 양자, 정보 처리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자 및 컴퓨팅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전반적으로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스핀의 근본적인 특성과 거동을 탐구하여 기존의 전하 기반 전자 장치를 뛰어넘는 향상된 성능과 기능을 갖춘 차세대 전자 장치와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의 핵심은 스핀전류를 생성에 있다. 스핀전류는 전자 소재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여 전자소자의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스핀전류를 생성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스핀 펌핑(spin pumping)이다. 스핀 펌핑은 자성체와 비자성체를 접합했을 때, 스핀이 세차운동(팽이를 회전시키면 회전축이 기울어지면서 빙빙 도는 운동)에 의해 자성체에서 비자성체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전역학적인 스핀 펌핑으로 생성되는 스핀전류는 크기가 작아 실제 전자 소자에는 활용되지 못했다.

이미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 이전에 정명화 교수팀은 2019년 자성박막에서의 스핀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결과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Nature Materials)에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해 수행했으며 자성박막 제작에 관한 연구 노하우를 점차 쌓아왔다.

이러한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들 공동 연구팀은 철(Fe)과 로듐(Rh)의 합금(FeRh)을 활용해 상온에서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상전이 순간에 스핀전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상전이 과정에서 양자역학적인 교환 상호작용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로듐의 자화 크기가 크게 변해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이 발생했고, 이를 이론적으로 분석해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고전적 스핀 운동을 이용해 온 스핀트로닉스 연구 이전에 스핀의 양자적 특성을 활용해 응용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에 더 의의가 깊다. 특히 기존 고전역학적인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의 스핀 전류를 생성해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을사년 새해부터 대한민국 과학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하자원의 부재와 인구절벽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향후 살아나갈 길은 반도체를 활용한 AI와 같은 첨단기술과 기초과학의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뿐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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