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예술인 가족, 뭐 먹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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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예술인 가족, 뭐 먹고 살아요?
  • 경상일보
  • 승인 2025.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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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부모와 두 자녀 모두 예술인의 길을 걷게 된 가족이 있다. 아빠와 엄마는 사진가 부부로 활동 중이고, 첫째인 딸은 회화를 전공 중이며, 둘째인 아들은 사진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 가족은 사실 필자의 가족이다. 우리 가족은 얼마 전 가족 모두 작가로 참여해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2월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사진, 영상과 함께 웹툰 형식의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작품도 좋지만, 가족 모두가 작가로 참여했다는 점 자체가 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술가로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서 온 가족이 예술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앞으로 뭐 먹고 살 거냐는 농담 섞인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화, 예술이 가장 큰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음에도 여전히 문화, 예술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마음 편히 응원만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삶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경제적인 요인이다. 예술 작품의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상업적 성공의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예술 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제도적 요인으로 예술인의 부족한 사회 안전망, 공공 예술 지원금의 한정성과 편중 등이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있지만 실효적이지 못하고,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기준도 높기만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 문화재단 등에서 지원하는 예술 창작 지원금은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창작 활동을 위한 보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 사회적 인식 면에서 예술은 전문 직업이 아닌 취미나 부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에게 이제는 현실적인 직업을 가지라는 조언 말고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실제로도 청년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예술가는 문화를 창조하고, 역사를 기록하며, 이 시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제반 장치가 필요하다. 기본 소득이나 공공 프로젝트 활성화와 같은 경제적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창작 공간의 확충, 네트워크 형성 역시 필요하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을 위해 정책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예술인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역량 강화와 다양한 판로 개척도 필요하다.

우리 부부 역시 전공 분야인 사진을 바탕으로 전시 기획, 교육 등 모든 예술 관련 업무를 망라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며 예술인으로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변의 누군가 예술의 길을 걷겠다고 할 때, 마치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직업을 구한 것처럼 마음 편히 축하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건강한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신진 예술인들의 성장을 고대한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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