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과 12일 찾은 남구 문수국제양궁장 대형 주차장에는 ‘긴급제설차량’ 8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바로 옆 아스팔트 위에는 원통형 물건들이 대형 초록색 방수포에 싸여 있었다. 방수포 내 물건은 제설 때 사용하는 제설제(염화칼슘)였다.
습기와 햇빛에 취약한 제설제는 일반적으로 공기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실내 보관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야외주차장에 쌓인 제설제는 방수포에 덮여 끈으로 묶인 채 야외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더군다나 12일 울산에 비가 내렸지만 전날과 다른 추가 조치는 없었다. 습기 방지를 위해 제설제는 목재팔레트 위에 쌓여 있었지만, 이미 목재팔레트가 비로 축축하게 젖어 무용지물이었다.
남구는 겨울철 폭설에 대비해 매년 11월15일부터 3월15일까지 ‘제설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제설차량 13대를 임차하고 발 빠른 제설 대응을 위해 전진기지를 야음동 울산대교 하부와 옥동 문수국제양궁장 주차장 부지 두 곳에 구축한다.
울산대교 하부의 경우 자체 제설창고가 건립돼 있는 만큼 제습제 등 내부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설 대응체계 가동 기간 동안 임시로 구축되는 문수국제양궁장 전진기지에는 별도의 창고가 없어 노상에 제설제를 쌓아둔 채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남구가 보유한 제설제는 511t가량이다. 대부분 야음동 제설창고에 보관하며 관내 제설함에 22t, 행정복지센터에 일부 구비하고 있다.
해마다 제설 대응체계가 가동되면 장비를 사용해 문수국제양궁장에 제설제를 가져다 두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해 구입한 100t을 가져다 놓았다.
제설제가 방수포장 돼 있다 해도 장기간 야외에서 습기에 노출될 경우 굳어 비상시에 곧바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에서는 굳은 제설제 재생을 위해 다시 분쇄작업을 거쳐 일부를 재활용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전용 창고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구 관계자는 “제설자재창고 확충에 나서려고 계속 계획 중이지만 적당한 부지를 찾는 게 문제”라며 “문수국제양궁장 주차장 부지는 제설 대응체계 가동 시 남구도시관리공단을 통해 임시로 빌려 사용하고 있어 영구적 창고 건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마다 자체 순찰을 통해 제설제 상태를 살피고 있다. 굳어져 있으면 깨서 다시 쓰고, 못 쓰는 것은 폐기하는 등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