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약고’로 불리는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 중인 ‘통합 파이프랙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이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각종 안전 관련 법을 위반하기 때문인데, 울산시는 특별용역으로 관련 법을 우회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 위기를 타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별용역에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면 사업 무산이 불가피해 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시에 따르면, 통합 파이프랙 사업은 현재 일시정지 상태다. 통합 파이프랙 사업은 석유화학단지 지하에 매설된 각종 배관들을 지상으로 이설해 통합 관리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0년 시는 석유화학산업발전로드맵을 수립하면서 통합 파이프랙 설치 사업을 처음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16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통합 파이프랙 설치를 포함시켰고, 2019년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산단지하배관선진화 사업단도 구성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사업은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 2021년에야 정부와 기업이 25% 대 75%의 분담률에 합의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일부 기업이 발을 빼면서 사업이 1년여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했다.
시는 당초 총사업비 709억원(국비 168억원, 민간 541억원)을 투입해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지상에 파이프랙 구조물 3.55㎞를 내년까지 구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시설계 용역 과정에서 사업 부지가 너무 협소하고, 보호시설(산단)과의 이격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등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및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안들에 저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합 파이프랙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한 민·관이 사업 추진 단계에서 사업 타당성 검토 전에,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합의를 먼저 도출하고 사업을 시작한 터라 관련 문제들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저촉되는 관련 법안들이 안전과 관련된 법안들이어서 개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일단 시는 산업부와 협의한 뒤 올해 2억7000만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해 ‘석유화학단지 안전성 제고를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용역을 통해 이격거리 확보 대신 보호시설을 보강하는 등 법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하면서 파이프랙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당초 계획대로 사업 목적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속행과 중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현재 용역 발주를 위해 계약심사, 일상 감사 등 행정 절차를 밟는 중이며, 이달 중 용역을 발주해 올해 말 완료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업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한 상황이었는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나오게 됐다”며 “용역으로 연구분석 자료, 해외 사례 등도 조사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결론을 도출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