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끝없이 떨어지는 출산율이다. 글쓴이가 태어난 1950년대와 그 이후 60년대에 보통 예닐곱이었던 한 집안 자녀가 지금은 한 명도 아닌 0.7명이다. 그러니 가족으로서 형, 동생, 누나, 언니란 말도 없어질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있는 형제끼리라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어릴 때 형제들은 한 부모의 슬하에서 보호받으면서 같이 살기 때문에 형과 동생은 서로 의지하면서 위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 형제들도 성장해 성인이 되고 결혼하게 되면 이른바 각자도생의 독립적인 관계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관계가 변하면서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도 바뀌어야 한다.
첫째로, 호칭이 바뀐다. 어릴 적 형이 동생에게 함부로 부르던 이름도 동생이 어른이 되면 ‘누구 애비’라든가, 그냥 ‘동생’이라고 하거나 사는 곳을 빌려 ‘진주 동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호나 별칭이 있다면 ‘○○형님’ ‘○○동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음, 호칭과 함께 높임말도 바뀐다. 동생이 결혼해 장년이나 노년이 되면 형이라도 동생을 어른 대접을 하여 ‘하게체’로 하고, 동생은 형에게 ‘하십시오체’로 높임말을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형제가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아무리 형이라도 동생에게 함부로 강요하는 말은 삼가야 하고 동생은 형에게 간곡하고 공손하게 간청해야 한다. 특히, 감정을 앞세우거나 따지는 식의 말이나 일방적으로 시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형제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 독립적인 가정을 이루게 되면 그 독립성을 인정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형제의 불화는 대부분 그걸 착각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형제의 우애와 화목은 형제의 아내들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아내들의 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형제들의 일은 형제들에게 맡겨두고 부인들은 가능한 한 직접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다.
형우제공(兄友弟恭)이란 말처럼 형은 형답게 아우를 사랑하고 베풀어야 하며, 아우는 아우답게 형을 존경해야 한다.
형제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살면서 다투다가 또 좋아지곤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형제다. 그러나 형제로 인한 갈등만큼 또한 상처를 크게 입는 것도 없다. 그래서 때론 남들보다 더 먼 사이가 되기도 한다.
형제는 한 부모에서 태어난 천생의 인연이니만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때론 형은 아버지가 되고, 누님과 언니는 어머니가 되고, 형 동생은 친한 친구(友愛)가 되는 것이다.
형제자매들이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면서 화목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더 큰 복이 또한 어디 있겠는가.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