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울산, 청년에게 희망을/(3)고립 탈출 선배의 목소리]“최악의 상황과 현실 비교하며 감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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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울산, 청년에게 희망을/(3)고립 탈출 선배의 목소리]“최악의 상황과 현실 비교하며 감사 시작”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2.14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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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내 고립·은둔 청년들이 울산청년센터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탐색과 관계 형성 등을 도모하며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울산 내 고립·은둔 청년들이 울산청년센터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탐색과 관계 형성 등을 도모하며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벗어나 사회에 합류하기 위해 시도하려 해도 조력자나 지원 프로그램을 알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인생 선배들의 경험은 귀중한 조언이 된다. 계속된 실패에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선택했다가 극복한 사례를 통해 어떻게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알아봤다.

◇“도망친 곳에도 낙원은 없었다”

자칭 ‘은둔 코로나 백신러’ 쎈광(가명·35)씨는 20년간 정체성에 대해 방황했다고 고백한다. 쎈광씨가 기억하는 취업 준비 시기는 촛불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쎈광씨는 산학 인턴을 하던 중 6개월간 해외 봉사라는 명목으로 600만원을 쥐고 중남미 카리브해로 무작정 떠났다. 하지만 그곳에서 선원 생활을 하다 맞닥뜨린 2개의 허리케인을 겪고서, 한 달간 정신없이 도망치다 결국 귀국했다.

귀국한 쎈광씨가 맞닥뜨린 현실은 ‘헬조선’이었다. 다시 한번 베트남으로 도망쳤다.

초반은 좋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었고, 2년간 해외에서 고립됐다. 귀국 후에도 백신 미접종자로 1년간 다시 고립되는 등 총 5년에 가까운 고립 생활을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의지도 있었지만, 계속된 실패에 의도치 않는 고립이 계속된 것이다. 쎈광씨는 고립 생활 당시를 회상하며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계속해서 고립을 탈피하려 했던 쎈광씨는 뉴스를 통해 울산청년미래센터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센터가 개소하자마자 도움을 요청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제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고립·은둔 청년들이 집 밖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상 가능한 최악의 순간보다 지금이 낫다”

쎈광씨는 사람마다 배경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없지만, 자신은 상황 비교를 통해 고립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쎈광씨는 “남과의 비교는 원래 대한민국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비교가 있다. 그건 바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힘들 것 같은 사람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제 정치에 관심 많았던 나의 비교 대상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보니 내가 처한 상황이 더 나아 보였다. 이것과 병행한 게 감사 노트 작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비교를 통해 쎈광씨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주변, 당연한 것들에 감사하며 부모님 등 주변인과의 관계를 조금씩 개선했다.

또 유튜브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힘든 사정을 간접 경험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저마다의 어려움을 겪고 산다는, ‘아픔’을 객관화했다.

쎈광씨는 “식습관, 수면, 운동도 중요하다”며 “본인의 의지를 믿지 말고, 방안에서 나를 끄집어낼 수 있는 습관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님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급해하지 말고, 지나친 칭찬이 때론 조롱의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어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회가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 은둔·고립에서 탈출하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쎈광씨는 “연령층마다 사회로의 복귀 전략이 다르다. 20대는 MBTI상 E(외향적)와 I(내향적)에 따라 다르지만, 아쉬웠던 순간들을 복기하며 E의 경우 본인이 좋아하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며 컨디션을 찾고, I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본인이 고립인지 모를 수 있기에 본인 페이스에 맞춰 사회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30대 초중반은 조급함은 금물이며, 남들보다 잘하거나 남들이 기피하는 일에 포커스를 맞춰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며 “30대 중후반은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인생 멘토나 비슷한 처지의 커뮤니티에서 서로 도움을 나누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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