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시각]문화예술계 기득권 카르텔은 여전히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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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시각]문화예술계 기득권 카르텔은 여전히 있는가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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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기회조차 못 받는 게 속상하네요. 누구에게나 문호를 열어 공정하게 응시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근 만난 울산의 한 민간 오케스트라 지휘자 A씨는 이렇게 하소연하며 그동안 가슴에 쌓아뒀던 속내를 털어놨다. A씨는 울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와 대학교, 대학원까지 울산에서 나왔다. 이후 체코에서 지휘 학위를 취득한 뒤 헝가리 등 해외는 물론 서울, 부산, 창원 등 국내외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단원과 악장, 지휘자 등을 하며 이력을 쌓아왔다. 모교와 타 지역 예술고, 대학 등에서 외래강사·교수도 역임했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음악인, 지휘자로서 커리어는 여느 중견 지휘자 못지 않게 쌓았다.

A씨는 현재 민간 오케스트라 3곳과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오케스트라 등을 운영하거나 지휘하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 등이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 서빙과 학교 방과후수업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 A씨에게는 고향 울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픈 꿈이 있었고, 2023년에 울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신규 지휘자 채용 소식에 문을 두드렸다. 이전까지 시립청소년교향악단·합창단의 지휘자는 시립교향악단·합창단의 부지휘자가 겸임했지만 독립적인 예술감독 및 지휘자의 필요성에 2021년부터 공개채용 등을 통해 위촉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응시할 수 없었다. 당시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지휘자 채용을 공개전형이 아닌 3명의 추천 대상을 선정, 운영자문위원회 동의를 거쳐 위촉하는 특별전형을 통해 B씨를 위촉했고, 지난해 2월 재위촉을 통해 내년 2월까지 B씨를 재위촉한 상태다. A씨에게는 응시할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A씨는 고향에 오기 위해 타지역 오케스트라 지휘자 자리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거부터 문화예술계 전반에 자리잡은 기득권 카르텔로 인해 A씨가 울산 출신이면서도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울산시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에 공개 또는 특별전형을 통해 예술감독 선임이 가능하다”면서 “실력이 검증된 분들 중 지역을 잘 알고 학생들의 심리 등을 잘 이해하는 분을 채용하는데 있어 특별전형이 낫다고 판단해 그 방식으로 한 것으로 본다. 특정 지역과 특정 대학을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있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음악과 미술, 무용 등 일부 예술 장르에서는 특정 대학 출신을 우대하거나 이들 대학·학과 출신들이 단체장이나 기관 요직을 차지하고 공모사업 등에서 여전히 기득권 카르텔이 암암리에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문화예술 전문인력 확충 및 자체 콘텐츠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기득권 카르텔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이제는 타파하고 없애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울산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또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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