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마케팅과 기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하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필수 역량이 됐다. 특히,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나 기존 패턴을 답습하는 일은 점차 자동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지는 인물이 바로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구루 세스 고딘이다. 그는 <마케팅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 그리고 <린치핀>과 같은 저서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인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순히 조직의 부속품처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창조하고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을 뜻하는 <린치핀(Linchpin)>이라는 책에서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세상에 소란을 피우는 인간이 되어라’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반복해서 떠올린 질문이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을 실행한다면 린치핀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린치핀이 되기 위해서 또 다른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불안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자로 나아가는 길일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린치핀이란 단순히 많은 것을 알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연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곧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배움은 중요하다. 하지만 때때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나의 본질을 마주하는 과정이 더욱 값진 성장이 될 수 있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더 나은 답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정한 나’를 찾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린치핀>을 읽으며, 무작정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쌓아가는 것보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관심을 두고 배우고 있는 일에 더욱 가치를 두고, 그것을 통해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단순한 톱니바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조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길이며, 나만의 색깔로 세상에 소란을 피우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더 깊이 탐구하며, 내가 가야 할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