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린 영화 ‘대전차 군단’의 실제 주인공 ‘패튼’ 장군은 저돌적인 공격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많은 전투에서 전과를 올린 군인이다. 그러나, 그는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당시 어느 자리에서 전쟁의 승기를 잡은 연합군의 공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영국만 들고 소련을 언급하지 않아 소련의 큰 반발을 샀으며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돼 미국 의회의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대통령 중에도 말투 때문에 치적에 오점을 남긴 사례도 있다. 그와 가깝게 지낸 어느 인사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쓰는가 하면 경박스런 말까지 서슴치 않아 대통령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가끔 있었다 한다. 근래에는 일부 정치인들이 거짓말과 사려깊지 못한 언사로 논란을 자초함은 물론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중국 역사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마천은 대작 <사기>에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언격이 인격이다’고 했다.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긴 하나, 잘못할 경우 그 반대의 결과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말이란 결국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격’이 결정된다.
먼저, ‘무엇’을 말해야 할까? 철학자 니체는 “사람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자신의 손으로 이룬 것과 자신이 이미 극복한 일만을 말해야 한다”며 말을 할 때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함을 강조했다. 근거도 없고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특히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것은 공짜지만 그 대가는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확실한 것을 그리고 가급적이면 긍정적이고 희망을 주는 말을 하고, 특히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 ‘무엇’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말하는 목적이 결국 어떠한 사실이나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라 볼 때 이에는 많은 테크닉이 필요하다.
우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애매모호하게 표현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개인이나 조직과 국가간에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감정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간 대화나 특히 토론회같은 자리에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흥분하게 되면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도 없고 이미지만 흐리게 된다.
다음, 말을 잘 할려면 우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나를 ‘CEO(최고 경영자)’로 부르지 말라”며 ‘Top-Listener(최고 경청자)’로 불리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과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는 것이다. 흔히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고는 리더들이 혼자 얘기 다 하고 정작 참석자들의 의견 듣기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할 경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 자리의 참석자들은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뜻을 전하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할 경우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고,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의견이나 정보습득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조언을 해 줘도 자기 도취에 빠져서 혼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데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각자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만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 될 것이다. 그리고 말을 도중에 끊지 말고 적극적인 경청의 자세 즉, 시선을 맞추면서 표정 등으로 공감의 표시를 해 주면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남자의 입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여자의 입은 마음이 나오는 문”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말. 그러나 잘못 사용할 경우 그 관계를 망치게 할 수도 있는 말. 그 말을 보다 신중하게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함으로써 자신의 품격을 높임은 물론 소통이 활성화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