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색채는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안전, 심리적 안정감, 방향성 제공 등 실질적인 기능을 한다. 보행자 도로의 바닥, 시설물, 안내 표지판 등 색채 계획은 보행자의 안전과 편안함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색맹·색약자를 고려한 컬러유니버셜디자인을 적용해 누구나 불편함 없이 보행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행자 도로 바닥의 색채는 안전과 시각적 인지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으로 밝은 회색을 사용하되, 주의가 필요한 구간에는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적용해 보행 경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는 이동 속도를 고려하여 인지도가 높은 빨강이나 녹색을 사용하되, 색각 이상자를 위해 명도 차이를 활용한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색상 코팅을 적용해 비 오는 날에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벤치, 가로등, 볼라드, 휴지통 등 보행자 시설물의 색채는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면서도 보행자의 시야에 부담을 주지 않고 쉽게 식별될 수 있어야 한다. 색각 이상자를 고려하여 형태와 질감을 차별화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안전 관련 시설물은 진한 빨간색 대신 밝은 주황색을 사용하고, 특징적인 패턴을 적용해 인지성을 높일 수 있다.
보행자들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의 색채 계획도 신중해야 한다. 색상 대비뿐만 아니라 명도 대비를 고려하고, 아이콘과 픽토그램을 함께 활용해 색상 구별이 어려운 사람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경색과 글자색의 명도 차이를 조절해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색각 이상자의 시점을 시뮬레이션하는 도구를 활용해 색채 계획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보행자 도로의 색채 계획은 안전성, 기능성, 심미성뿐만 아니라 포용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보행자 친화 도시는 색채 디자인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보행 친화적인 도시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체계적인 보행자 중심의 색채 계획을 통해 모두를 위한 도시, 모두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서, 시민의 안전과 심리적 만족뿐만 아니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행 환경을 조성해야 된다.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