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이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명선도’에 해상보행교 설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군은 야간 조명 설치 이후 명선도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해 접근성 개선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인데, 제대로 된 수요 조사 없이 15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군에 따르면, 군은 군비 150억1900만원을 투입해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내 팔각정과 명선도를 잇는 길이 250m, 폭 3~4m의 해상보행교 설치를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으며, 20일 착수보고회를 열고 오는 11월 말까지 용역을 진행한다.
군은 명선도가 포함된 진하해수욕장에 나들이철에만 80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는 것과, 명선도 내부에 야간조명과 미디어아트를 설치한 후 전국적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점을 들어 해상보행교 설치를 결정했다.
군은 사업비가 15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기본구상 용역 전에 해상보행교 이외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해상보행교 설치가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기본구상 용역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기 전 제대로 된 수요 조사는 전무했다는 점이다. 군은 진하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이 많은 만큼 명선도를 찾는 이들도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연간 명선도 입도객에 대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물때를 맞춰야 하는 명선도 입도의 희소성과 자연경관 훼손 등의 문제도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 명소로 유명한 명선도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다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진 전문가 A씨는 “명선도는 외부에서 볼 때 아름다운 섬이다. 지금도 물 빠질 때 건널 수 있는데 굳이 볼품 없는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외부에 구조물을 설치해 자연 풍광을 훼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150억원을 미디어아트에 투입해 명선도 밖에서 섬 자체를 구경할 방안을 찾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에 정확한 수요 조사 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상보행교를 설치한다면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설치 이후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며 “야간 경관과 미디어아트 특성상 저녁이 주 관람 시간대인데, 입도를 못 할 경우 관람도 못하기에, 명선도의 희소성보다 미디어아트를 부각하기 위해 해상보행교 설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