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최근 10년간 재능기부 차원에서 울산의 영세규모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진료상담 및 실태조사를 하면서, 울산에 중·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라 영세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도 많다는 것과 이들의 건강상태가 상대적으로 안 좋다는 것,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세규모사업장 노동자, 일용직이나 임시직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일시적 실직자 등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취약한 노동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상 보건관리자는 50인 이상 규모 사업장부터 선임하게 되어 있어, 설사 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 소속 노동자라면 사내에서 건강상담을 받기가 어렵고, 특히 5인 미만 초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제외조항이 많아 산업보건관리체계가 미비할 뿐 아니라 안전보건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의 주요 산업보건관리활동은 주기적인 작업환경측정, 주기적인 건강진단, 근골격계부담작업이 있는 사업장에서의 주기적인 유해요인조사와 정기보건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한 사업장에 잠시 머무는 임시직이나 일용직은 이러한 서비스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리고 자영업자는 원래 산업보건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며, 실직자도 산업보건서비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능력 유지에 큰 장애물이 되는 만성퇴행성질환 (예를 들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근육통 및 관절통 등) 예방 및 관리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은 기초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부터 약물복용 및 생활습관 관리 등 예방관리를 철저히 하고, 근육통 및 관절통은 평소 올바른 작업자세 및 작업방법으로 일해야 된다는 것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
그렇다면, 울산시 취약노동자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울산 지역 경제활동인구의 약 36%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최근 필자의 어떤 연구를 통해 직접 확인한 적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약 40%였는데, 울산과 같이 대기업이 많은 지역에도 취약노동자 비중이 이렇게 크다는 게 일단 놀라웠다. 이렇게 적지 않은 수가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울산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취약노동자를 상대로 건강증진활동을 지원한다는 의미는, 첫째, 노동자 측면에서는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노동활동을 지속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한국사회에서 노후 자립을 위한 소득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측면에서 울산의 경제활동인구 중 고령까지 장기간 노동능력을 유지하는 건강한 노동인구가 많아지도록 도와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취약노동자의 건강을 위하여 누가 나서야 할 것인가?
우선,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안이 있다. 필자가 이끄는 비영리법인인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은 최근 2년 반 정도(2022.6~2024.12) ‘울산광역시 취약노동자 건강증진센터’ 운영을 울산시로부터 수탁받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쉽게도, 울산시가 그 의의를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여 이 사업은 중단이 되었다). 두 번째는 대기업이 영세사업장과의 상생 차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현대자동차가 ‘현대자동차 노사 사회공헌사업’으로 지난 1년간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과 ‘노동자 근골격계건강 지킴사업’을 하게 되었고 최근에 그 성과를 보고한 바가 있다.
울산에는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취약한 노동자들의 건강증진 지원을 위한 생태계가 오래 전부터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려,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자발적인 의료보건봉사인력,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 등 비영리적 산업보건자원이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지자체, 울산 소재 대기업들이 이러한 취약노동자들의 건강증진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활동을 보다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울산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필수요건인 건강한 노동력 공급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산업수도 울산에서의 취약노동자 건강증진활동이 하나의 모범사례로서 자리매김하여 타 지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