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찾은 북구 천곡동 천곡경로당. 버스정류장과 좁은 도로 옆으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천곡경로당이 보였다. 1층은 경로당과 농소3동 13통 통장실로, 2층은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천곡경로당 노인들은 식사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시간을 보냈다.
지난 1971년 천곡부락에서 지은 천곡경로당은 천곡마을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로 확장 과정에서 경로당 부지가 기획재정부와 북구 소유 부지를 일부 침범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북구는 2009년 8월 천곡경로당 부지 32㎡를 포함해 도시계획선을 결정했다.
이후 2017년 북구 천곡동 828-1 일원 천곡마을회관~예일유치원 구간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에 착수하면서 천곡경로당의 국유지 무단 점유가 드러났다.
도로를 확장하려면 도시계획선에 포함된 천곡경로당 일부를 철거해야 하는데, 이는 건물 안전성 측면에서 사실상 전체를 철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커졌다.
도로 개설을 위해 건물을 철거한 뒤 경로당을 이전하는 방안도 있지만 예산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북구는 현실적으로 천곡경로당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해 도로 선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용역에 착수해 오는 4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이수영(79) 천곡경로당 회장은 “도시계획선에 경로당이 포함돼 걱정했는데 북구에서 도로 선형을 바꿔줘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민들이 요청하는 천곡경로당의 리모델링은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북구는 기재부 땅을 무단 점유하는데 따른 약 1억원의 변상금을 납부하고 건물을 기부채납하면 리모델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리모델링 요청 범위가 넓고, 마을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일이라 당장 리모델링은 어렵다”며 “변상금 문제가 해결되고 건물의 기부채납이 완료되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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